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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집사 가족이 자녀를 바라보는 가장 중요한 원칙은 ‘각자의 길을 존중하는 것’이다.
첫째부터 열째까지 아이들의 성격과 재능은 모두 다르다. 그래서 부모가 정해 놓은 하나의 기준에 아이들을 맞추기보다, 각자가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일에 관심을 보이는지를 지켜본다.
특히 둘째 아이가 태어난 이후 가족은 도시를 떠나 농촌으로 귀촌했다. 자연 속에서 아이들을 키우고 싶었지만, 농촌의 교육환경은 도시와 달랐다. 학원이나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쉽게 접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박 집사는 성적이나 경쟁만으로 아이의 가능성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아이들이 무엇을 할 때 즐거워하는지, 어떤 일에 집중하는지, 무엇을 잘하는지를 봅니다. 10명의 아이가 있다면 10개의 길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음악 역시 마찬가지다. 부모가 아이들의 진로를 미리 결정하거나 음악을 전공하도록 강요하지 않는다. 아이가 좋아하고 즐거워한다면 경험할 수 있도록 기회를 열어주고, 그 길을 걸어가는 것은 아이의 몫으로 남겨둔다.
부모가 자녀의 인생을 대신 설계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자신의 길을 발견할 때까지 곁에서 기다리고 돕는 것이다.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다
10명의 아이가 한집에서 살아가다 보니 가정은 자연스럽게 작은 공동체가 된다. 모든 것을 부모가 대신해줄 수 없기에 아이들은 자신의 나이에 맞게 역할을 나눈다. 빨래를 돕고 집안일을 거들며, 어린 동생을 챙긴다.
물론 형제자매가 많다 보니 갈등도 생긴다. 서로의 생각이 다르고, 하고 싶은 것도 다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아이들은 양보하는 법과 기다리는 법, 다른 사람의 마음을 살피는 법을 배워간다.
박 집사는 아이들이 많은 것이 오히려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좋은 교육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아이들이 서로 나누고 돕는 것을 자연스럽게 배웁니다. 형이 동생을 돌보고, 누나가 동생을 챙기면서 책임감도 생깁니다. 결국 아이들이 함께 살아가는 힘을 배우는 것이 가장 중요한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정 안에서 형제자매는 서로의 선생님이기도 하다. 큰아이는 책임을 배우고, 작은아이는 배려를 배운다. 때로는 다투면서도 다시 화해하고, 부족한 부분은 서로 채워준다.
박 집사 가정에서 아이를 키우는 일은 부모가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과정이 아니다. 가족 모두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며 함께 성장하는 과정이다.
존중과 배려가 가족의 질서를 만든다
10명의 자녀를 둔 가정에서 박 집사가 중요하게 여기는 또 하나의 원칙은 ‘존중’이다.
아이들은 부모에게 존댓말을 사용하고, 형제자매 사이에서도 서로를 존중하도록 가르친다. 단순히 예절을 지키라는 의미를 넘어, 가족이라도 서로의 인격을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가족이니까 함부로 대해도 된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가족일수록 더 존중하고 배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원칙은 자연스럽게 책임감과 질서로 이어진다. 각자의 역할을 감당하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며, 공동체 안에서 자신의 행동에 책임지는 법을 배운다.
부모가 아이들의 삶을 대신 살 수는 없기에
박 집사는 아이들의 미래를 부모가 미리 결정하지 않으려고 한다. 좋은 대학, 안정적인 직업, 남들이 인정하는 성공만을 목표로 삼지 않는다.
아이들이 자신에게 주어진 재능과 관심을 발견하고, 그 길을 성실하게 걸어가도록 돕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라고 믿는다.
“부모가 아이들의 삶을 다 만들어줄 수는 없습니다. 아이들이 살아갈 시대도, 환경도 저희가 살아온 시대와 다릅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부모가 정해준 길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길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10명의 아이를 키우면서 박 집사 부부가 발견한 것은 ‘많은 자녀’가 아니라 ‘열 개의 가능성’이었다.
아이들은 서로 다른 모습으로 자라지만, 한 가족 안에서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하며 자신만의 길을 찾아간다.
그리고 그 길 위에서 아이들은 또 하나의 중요한 사실을 배운다. 혼자 잘 사는 것보다 함께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말이다.
아이들은 부담이 아니라 동반자
10명의 자녀를 키우며 살아가는 하루는 결코 조용하지 않다. 화장실을 사용하기 위한 작은 ‘전쟁’이 벌어지기도 하고, 가족의 식사를 준비하기 위해 식당에서나 볼 법한 큰 조리도구를 사용하기도 한다. 세탁기는 쉴 틈 없이 돌아간다.
그럼에도 박 집사는 그런 일상을 힘겨운 부담으로만 기억하지 않는다.
아이들과 함께 먹고, 웃고, 때로는 다투고 다시 화해하는 모든 시간이 가족의 이야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부담이 아니라 내 인생의 동반자입니다.”
이 말에는 10명의 자녀를 키워온 아버지의 삶에 대한 고백이 담겨 있다. 아이를 키우느라 부모의 삶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아이들과 함께 새로운 삶을 만들어간다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부모가 아이들을 키운 것 같지만, 실제로는 아이들이 부모의 인생을 함께 만들어주었다.
그리고 그 가족의 삶에는 어느 순간부터 음악이 흐르기 시작했다.
아버지가 오래전부터 간직해온 음악에 대한 사랑이 아이들에게 자연스럽게 이어졌고, 서로 다른 악기를 든 형제자매는 하나의 소리를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서로 다른 열 명이 하나의 가족이듯, 서로 다른 악기가 하나의 음악을 만들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