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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했던 연휴 - 강상선 목사

크리스천경남 기자 입력 2026.09.21 11:14 수정 2026.09.21 11:14

강상선 목사
영남총회신학교 교수역임
새생명교회 담임목사

강상선 목사
강상선 목사
새벽녘에 내린 이슬에 기와 담장이 촉촉이 젖어 있다. 그 뜨겁던 무더위가 기세를 꺾고 사라진 지도 얼마 되지 않았건만 부쩍 높아진 하늘은 이미 가을이 깊어졌음을 말해 주고 있었다. 곳곳에 심은 감나무랑 밤나무 호박잎도 색이 바래져 가고, 그 사이로 이름 모를 새 소리도 정겹게 들려온다. 멀리서 들려오는 조상들의 산소를 다듬는 기계 소리와 추석을 맞아 고향을 찾아온 가족은 벌써 앞산에 올라가 알밤을 줍느라 즐겁기만 하다.

산허리를 감고 내려오는 운무로 절경을 이룬 산장을 가족과 함께 찾았다. 집 떠나면 불편할 것 같았지만 언제 산천이 변모되었는지 아름답게 잘 단장된 모습과 쉼을 얻기에 편한 곳도 많았다. 그러기에 여행을 위해 돈을 마련한다던 말이 생각이 난다. 어느덧 숯불 위의 먹거리가 익어가고 마늘 양파 고추 쌈장에 상추랑 한 상에 둘러앉은 식탁에서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며, 아들, 딸, 손주, 사위 모처럼의 나들이가 무척이나 즐겁고 행복하다.

숙소에서 하룻밤을 지새우고 안개가 자욱한 새벽의 공기를 마시며, 아직 들깬 잠을 깨우려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모습은 아름답기가 한이 없다. 삶의 터전을 떠나 산의 정기를 덧입으며, 들려오는 까치 소리, 풀벌레 소리도 새롭게 다가오는 아침이다. 캠프장의 손님들도 타지에서의 삶을 맞이하는 모습들이 새롭기만 한 듯 기웃거린다.

밤새 이야기를 나누며 뜬 눈으로 하룻밤을 지내고, 벌써 짐을 챙겨 다음 코스를 향해 떠날 준비를 해야 했다. 오늘을 위해 계획하고 준비한 일들이 허무한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심신을 회복하고 떠나는 자리에 흔적만 남기고 발걸음을 옮겼다.

밀양시 단장면 재약산에 자리한 표충사는 임진왜란 당시 나라를 구한 사명대사의 충훈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사당이 있는 사찰로, 나라에 충성심을 드러내는 표정으로 표충 사당이 사찰의 이름으로 굳어진 곳으로 많은 사람이 심신 수양을 하고 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영남의 명소인 호박소와 암벽을 타고 내려오는 폭포수를 거쳐 굽이굽이 내려오는 물소리와 새소리가 내 마음을 어루만져 주었다.

아름다운 산천에서 웅장하면서도 다채로운 풍경 사이로 솟은 바위에 살짝 앉았다. 자연 속에서 쉼을 얻으며 병풍처럼 둘러싸인 아름다운 경관을 보며 하나님의 신비를 다시금 깨닫는다. 다양한 생물들이 물, 공기, 토양을 근거로 기후에 적응하며 살아가는 생태계에 감사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노란 은행잎이 거리를 아름답게 물들일 때면 잊지 못할 추억이 떠오른다. 여고 시절 ‘학생회장’ 선거가 있었던 전날, 자취방에 친구 몇 명이 모여 밤이 새도록 ‘작은 쪽지’에 시를 써 내려가던 생각이 떠오른다. 1,700 명의 학우들에게 등교할 때 나누어 줄 쪽지에는, “우리는 라일락꽃 피는 아름다운 교정에서 만났지” 등 글귀를 써서 선거운동을 한 기억들이 새롭다. 그 글을 읽고서는 하나같이 탱자나무 울타리에 올려놓은 모습이 노란 은행잎이 떨어지는 가을이면 연상이 된다.

높푸른 하늘 아래 왁자지껄 아이들의 소리가 들려온다. 코로나로 인해 중단되었던 ‘가을 운동회’가 드디어 열린 것이다. 청군 백군 편을 갈라 달리기며, 제기차기, ‘영치기 영차’ 온 힘을 다해 줄다리기하는 모습과 박수 소리, 승리의 깃발을 올리는 모습이 그려진다. 오랜만에 들려오는 운동장의 마이크 소리, 아이들의 함성과 웃음이 터지는 소리에 미래가 열리는 것 같았다.

근심 걱정 뒤로하고 산천을 둘러보는 발걸음이 가볍기만 하였다. 가는 곳곳마다 도로가 잘 연결되어 있어 대한민국이 얼마나 잘살고 있는지, 앞서간 지도자들의 역할에 고마움을 느끼게 된다. 3대가 어우러진 가족여행, 모처럼의 휴가를 값지게 보내고 돌아오는 길목에 태극기가 휘날리고 있었다. 우리가 누리고 있는 이 자유. 자유대한민국이 존속되기를 바라며, 가슴이 찡하도록 나라의 소중함을 느낀다.

올해는 늦가을에도 비가 내리더니 이제는 황금 들녘도 가을걷이가 끝난 것 같다. 열심히 수고한 이는 풍성한 열매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집으로 돌아와 쉬고 있는 지금도 눈을 감으면 그 먼 응원 소리가 가을바람과 함께 귓가를 스치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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