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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최근 출간한 『마음 현상소』는 그의 목회 여정과 독서의 세계를 가장 잘 보여주는 책이다.
대신대학교 교수직을 맡으면서 논문과 함께 책을 집필해야 했던 것이 출간의 계기가 됐다. 부산에서 활동하는 일러스트 작가 김우석 작가와 교제하면서 사진관의 암실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사진이 선명한 모습으로 나타나기 위해서는 어두운 암실을 지나야 한다. 그는 이 과정을 목양실과 상담실에서 만나는 성도들의 삶에 빗대었다. 목회 현장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삶에는 때로 상처와 눈물, 실패와 절망이 있다. 그러나 그 이야기가 어둠으로 끝나는 것은 아니다. 목양실과 상담실이라는 은밀한 공간에서 눈물과 기도로 함께한 시간이 하나님의 은혜 안에서 새로운 삶으로 현상되는 과정을 책에 담았다.
그에게 목회란 어둠 속에 있는 사람을 억지로 끌어내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그 사람의 삶을 빛 가운데로 인도하시는 과정을 함께 걸어주는 일에 가깝다.
■ 기다림과 순례, 목회의 길을 걷다
목회와 삶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책으로는 진 에드워즈의 『세 왕 이야기』를 꼽는다.
사울과 다윗, 압살롬의 이야기를 통해 하나님이 세우시는 참된 권위가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 책이다. 목회 현장에서는 때때로 오해를 받고 억울한 일을 경험하기도 한다. 그때마다 ‘나도 사울처럼 창을 던지는 사람이 될 것인가, 아니면 다윗처럼 하나님의 주권에 맡길 것인가’를 되묻게 한다. 이 책이 그에게 가르쳐 준 것은 단순한 리더십이 아니다. 인간적인 방법으로 상황을 바꾸려 하기보다 하나님의 때를 기다리는 목회적 인내였다.
오랫동안 곁에 두고 읽는 책은 존 번연의 『천로역정』이다. 목회자이기 이전에 자신 역시 한 명의 순례자라는 사실을 잊지 않기 위해서다. 성도들의 삶을 찾아가다 보면 절망의 늪에 빠진 사람, 유혹 앞에서 흔들리는 사람, 목적지를 잃어버린 사람을 만나게 된다. 그 모습은 어쩌면 자신의 모습과도 닮아 있다. 『천로역정』은 그리스도인이 걸어가는 신앙의 여정과 영적 싸움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그래서 그는 이 책을 반복해서 읽으며 자신의 신앙과 목회의 방향을 다시 점검한다.
■ 기술은 효율적으로, 목회는 사람에게 더 가까이
목회 현장에서 실질적인 도움을 받은 책으로는 최인철 교수의 『프레임』을 소개한다.
심리학 서적이지만 성도들을 이해하는 데 적지 않은 도움을 받았다. 같은 사건을 바라보면서도 사람마다 해석하고 받아들이는 방식이 다른 이유를 이해하게 됐기 때문이다. 성도 간의 갈등이나 상담을 할 때 중요한 것은 누가 옳고 그른지를 먼저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어떤 프레임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지를 살피는 것이다. 이는 목회의 시선을 바꾸었다. 강단에서 정답을 제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성도의 자리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그의 아픔을 이해하려는 목회로 한 걸음 더 나아가게 했다.
설교 준비와 대학 강의, 목양을 동시에 감당하다 보니 독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간 관리다. 그는 최근 NotebookLM과 AI 같은 디지털 도구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방대한 자료를 구조화하고 책의 핵심 내용을 파악하는 데 활용하며, 중요한 내용은 운전 중에도 AI와 질문을 주고받으며 자신의 생각으로 소화한다. 하지만 기술을 활용하는 목적은 분명하다. 사람을 만나는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독서와 연구에 필요한 시간을 효율적으로 줄이고, 그렇게 확보한 시간은 성도를 심방하고 그들을 위해 기도하는 목회 현장에 더 사용하려 한다. 디지털 시대에도 목회의 중심에는 결국 사람이 있다는 생각이다.
■ 후배와 성도에게 권하고 싶은 세 권
성도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책으로 『예수라면 어떻게 하실까?』, 『천로역정』, 『상처입은 치유자』를 꼽았다. 『예수라면 어떻게 하실까?』는 일상의 순간마다 예수님의 뜻을 묻게 하며, 『천로역정』은 고단한 현실 속에서도 본향을 바라보며 신앙의 길을 걷게 한다. 『상처입은 치유자』는 자신의 상처가 다른 사람을 위로하고 살리는 은혜의 통로가 될 수 있음을 일깨운다.
후배 목회자들에게도 『예수라면 어떻게 하실까?』를 특별히 권한다. 교회 행정과 프로그램, 사역의 성과에 마음을 빼앗기기 쉬운 목회 현장에서 “예수님이라면 어떻게 하셨을까?”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다. 그가 후배들에게 바라는 것은 화려한 사역의 성공보다 성도들의 삶 한가운데 들어가 예수님의 발자취를 따라 걷는 진짜 목자가 되는 것이다.
■ 말씀으로 깊어지고, 삶과 선교로 이어지는 독서
그에게 설교와 영성의 가장 중요한 뿌리는 특별한 신학서적보다 성경이다. 매일 『매일성경』을 통해 말씀을 묵상하며 자신의 삶과 목양 현장에서 만난 성도들의 아픔을 말씀에 비추어 본다. 생명력 있는 설교는 많은 책을 읽는 데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말씀 앞에 엎드려 삶 속에서 씨름하고 소화하는 과정에서 흘러나온다는 믿음이다.
서재에서 가장 특별한 사연을 가진 책은 박영선 목사의 『하나님의 열심』이다. 오랫동안 곁에 두었던 책이지만 얼마 전 목양실에 물난리가 나면서 버리게 됐다. 책은 사라졌지만 그 메시지는 여전히 목회에 남아 있다. 목회 초기 성도들의 문제를 자신의 힘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부담으로 지쳤을 때, 사람을 끝까지 거룩한 자리로 이끄시는 분은 자신의 열심이 아니라 하나님의 열심임을 깨달았다. 이후 목회의 무게가 버거울 때마다 자신의 한계를 내려놓고 하나님을 신뢰하는 힘을 얻고 있다.
그의 독서는 책상 위에서 끝나지 않는다. 중독 상담과 12단계 회복 모델을 공부한 것은 지난 4월 아프리카 케냐 캅소와르 지역에서 진행한 중독 및 미라(Miraa) 상담 워크숍으로 이어졌다. 책에서 배운 치유와 회복의 원리가 선교 현장에서 실제 사역으로 이어진 것이다. 그에게 독서는 지식을 쌓는 일이 아니라 사람을 살리고 현장을 변화시키는 사역의 자원이다.
■ 교회도 복음의 ‘삶의 방식’을 보여줘야
최근에는 츠타야 서점을 기획한 마스다 무네아키의 『지적자본론』을 읽고 있다. 기업 경영과 공간 기획을 다룬 책이지만, 사람들에게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해야 한다는 통찰을 통해 오늘날 교회의 역할을 생각하게 한다. 교회 역시 성경 지식과 종교적 의무를 넘어 복음이 성도들의 일상에서 어떻게 살아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그의 서재에 꽂힌 책들은 하나의 방향으로 모인다. 하나님을 더 깊이 알고, 사람을 더 깊이 이해하며, 배운 것을 삶과 목회 현장에서 실천하는 것이다. 책은 그의 목회를 대신하지 않는다. 오히려 책을 통해 얻은 깨달음은 다시 사람에게로 향한다.
그래서 그의 서재는 단순히 책이 모여 있는 공간이 아니다. 하나님 앞에서 자신을 돌아보고 상처 입은 영혼을 이해하며 다시 목회의 자리로 나아가기 위한 작은 ‘암실’이다. 그 암실에서 얻은 깨달음은 오늘도 성도의 삶을 비추는 빛이 된다.
오늘도 그는 책을 읽는다. 그리고 책장을 덮은 뒤 다시 사람을 만나러 간다. 그곳에 그의 목회가 있고, 하나님이 일하시는 현장이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