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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곡교회에서 만납시다" 무심코 들은 한마디가 바꾼 운명

김미경 기자 입력 2026.08.24 13:17 수정 2026.08.24 13:17

믿음&삶 ⑤ - 박규빈 집사 (명곡교회)

대기업 부당함에 소송·패소 빚더미 앉아
50억 부도, 삶의 벼랑 끝에서 다시 서다
절의 엘리트 불자에서 교회 비타민으로

유통업을 이어가고 있는 두 아들과 함께 있는 박규빈(가운데) 집사.
유통업을 이어가고 있는 두 아들과 함께 있는 박규빈(가운데) 집사.

■성공을 향한 집착과 완벽했던 우상숭배의 삶

경남 함양에서 2남 2녀 중 맏딸로 태어난 박규빈 집사의 어린 시절은 아버지의 높은 교육열 속에 자랐다. 진주여고를 졸업하고 외삼촌이 운영하던 유통회사에 취직해 일하던 중, 스물다섯의 나이에 그곳에서 일하던 남편을 만났다. 부모님의 그늘에서 벗어나 독립하고 싶은 열망이 컸기에 어린 나이에 조급히 결혼을 선택했다.

결혼 후 남편은 독립해 유통업을 시작했고, 불과 5년 만에 내 집 마련은 물론 세상적으로 큰 부를 쌓았다. 사업이 번창할수록 마음 깊은 곳에는 더 큰 성공을 향한 욕망과 집착이 자리 잡았다. 박집사는 그 성공을 지키고 더 큰 복을 누리기 위해 기꺼이 우상숭배에 인생을 바쳤다.
절을 짓는다는 소식에 망설임 없이 거액을 시주했고, 스님에게 고급 승용차를 사드리기도 했다. 석가탄신일이면 200만 원짜리등(燈)을 달아 절에서 ‘최고의 엘리트 신도’로 대접받았다. 절의 모든 행사에 두 팔을 벗어 붙이고 앞장섰으며, 포항 구룡포까지 찾아가 방생을 하는 등 열심이 특심인 불자였다. 그것이 내 가족과 사업을 지켜주는 유일한 길이라 믿었다.

■50억 원의 부도, 절망의 음침한 골짜기로 떨어지다
그러나 인간이 쌓아 올린 바벨탑은 순식간에 무너졌다. 모농협과 계약을 맺고 20여 년간 농산물 대리점을 운영하며 경남 지역 최고 매출을 올릴 정도로 승승장구하던 사업에 거대한 먹구름이 끼었다. 담보 한도를 초과한 농협 측의 부당함에 맞서 국민권익위원회 신문고에 글을 올렸으나, 돌아온 것은 일방적인 대리점 해지 통보였다.
당시 50여 명의 직원을 둔 경남 최대의 유통업체였기에 억울함을 호소하며 시위와 소송에 나섰다. 하지만 대기업과 기관의 벽은 높았고, 2019년 3월 15일 결국 최종 패소하고 말았다. 승소 가능성이 없다는 이유로 어느 변호사조차 사건을 맡아주지 않았다. 결국 남편과 함께 거처도 없이 서늘한 유통창고에서 움막처럼 기거하며 1년을 견뎌야 했다. 결국, 창고를 매매해 빚을 청산했으나, 남은 것은 50억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부도와 빚더미였다.
풍족하게 자라던 자녀들은 다니던 대학을 자퇴해야 했고, 화목했던 가정은 풍비박산이 났다. 하루아침에 생계를 위협받는 극심한 막막함 속에 공황장애가 밀려왔고, 매일 밤 "차라리 죽는 것이 낫겠다"는 극단적인 자살 충동이 영혼을 갉아먹었다.

■"명곡교회에서 만납시다"… 절망을 깨뜨린 다정한 한마디
대학에 대한 열망으로 2018년부터 사이버대학에서 공부를 이어가며 겨우 숨을 쉬고 있었지만, 앞이 캄캄한 절망은 걷히지 않았다. 그러던 중 생계를 위해 지인의 추천으로 명서시장에서 제로페이 홍보 알바를 하게 되었다. 손에 250장의 설문지를 들고 시장 골목을 헤매던 필자의 모습은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바로 그곳에서 인생을 바꾼 인연, 이영희 집사를 만났다. 절망에 찬 필자의 표정을 읽었던 것일까. 이 집사는 따뜻한 미소로 친절하게 다가와 설문지에 응해 주며 스쳐 지나가듯 손을 잡았다. “이번 주일, 명곡교회에서 만납시다.”
의지할 곳도, 기댈 벽도 없이 홀로 서 있던 필자에게 보여준 그 작은 친절과 따뜻한 온기가 가슴에 깊이 박혔다. "세상에 공짜는 없는데, 저렇게 친절히 대해준 사람과의 약속은 지켜야지. 예배 한 번 드려주는 게 뭐 그리 대수라고..."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주일 아침, 생전 가본 적 없던 교회의 문을 두드렸다.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를 지나 참된 은혜를 만나다
아무런 기대 없이 찾아간 예배당, 설교 시간에 선포되는 성경 말씀 한 구절이 필자의 영혼을 번개처럼 내리쳤다.
“내가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로 다닐지라도…” (시편 23:4)
그 뒤의 구절은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오직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라는 단어가 가슴을 때렸다. ‘아! 내가 공황장애와 극단적 선택을 생각할 만큼 괴로웠던 그 힘든 시간들이, 결국 나를 살리시려고 이 거룩한 자리에 앉히시기 위한 하나님의 음침한 골짜기였구나!’
주님의 거룩한 손길을 깨닫는 순간, 오열과 함께 회개의 눈물이 쏟아져 내렸다. 내 힘으로 죄를 씻으려 절에서 절을 올리고 방생을 하던 헛된 나날들이 지나가고, 오직 예수 그리스도의 보혈만이 나의 영혼을 구원한다는 복음의 진리가 가슴에 새겨졌다.
이후 교회 요게벳 교사로 섬기며 어린 아이들이 건네는 순수한 사랑을 받다 보니, 평생 힘겨울 때마다 의지했던 술을 끊게 되었다. 더욱이 2022년 12월, 보이스피싱으로 수천만 원의 큰 피해를 보아 마음이 무너질 때, 창가로 따스하게 비추는 햇살 속에서 하나님의 만져주심을 느꼈다. 그날 이후 필자는 평생 마셔오던 막걸리와 술을 완전히 끊고 정결한 주님의 종으로 거듭났다. 모나고 날카로웠던 성품은 부드럽게 변했고, 마음이 아픈 이들을 보면 먼저 달려가 기도해 주는 영적 에너지 넘치는 전도자로 바뀌어 갔다.

명곡교회 노년부 어르신들에게 비타민 같은 웃음과 기쁨으로 봉사하고 있는 박규빈 집사
명곡교회 노년부 어르신들에게 비타민 같은 웃음과 기쁨으로 봉사하고 있는 박규빈 집사

■꼬인 새끼줄이 풀리듯… 100억 매출과 가문의 회복
하나님 안에서 진정한 회개가 터지고 삶의 우선순위가 바로 서자, 50억 부도로 복잡하게 꼬여 있던 인생의 새끼줄이 신기하게도 서서히 풀리기 시작했다.
큰아들이 먼저 시작한 사업체에 작은아들이 마음을 모아 경남 최초의 축산전문 유통판매 사업에 도전했다. 생산 시설 없이 입찰을 통해 유통하는 방식으로 차근차근 신뢰를 쌓아가자, 자연스럽게 사업체가 확대되었다. 최근에는 창원 지역에 ‘우한상’이라는 큰 식당을 오픈하기에 이르렀다. 평생 유통업에 종사한 박집사는 자녀들의 사업 전체를 총괄하는 비서실장처럼 섬기며 도왔고, 부도 후 불과 7년 만에 연 매출 100억 원을 달성하는 기적의 역사를 쓰게 되었다.
주님이 주신 재정의 기름부으심뿐만 아니라 가정의 영적 회복도 일어났다. 남편을 담도암으로 먼저 천국에 떠나보내는 아픔도 있었지만, 어릴 적 가정의 불화로 상처받았던 자녀들의 마음을 복음의 사랑으로 싸매주고 관계를 회복시키는 어미의 역할을 감당하게 하셨다.

■절망의 끝에 선 이들에게 전하는 소망의 고백
만약 그날 명서시장에서 이영희 집사가 설문지만 받아주고 교회로 초청하지 않았다면, 박집사는 아마 지금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것이다. 50억 빚더미 속에서 삶을 포기하려 했던 7년 전의 박규빈에게, 지금의 박규빈이 가슴을 끌어안으며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규빈아, 조금만 더 용기를 내봐. 한번 더 살아보자. 돈과 세상의 성공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잖아. 주님의 손을 잡고 한번 더 견뎌봐. 이 어두운 터널도 반드시 지나갈 거야.”
하나님은 고난이라는 연단을 통해 더 큰 축복을 준비하시고, 사람의 외모가 아닌 중심을 보시는 분이다. 빚과 사업 실패, 관계의 파탄으로 절망의 벼랑 끝에 선 분들이 있다면, 믿음으로 끝까지 견디며 기도하시기를 간절히 바란다.
박규빈 집사는 이제 교회 노년부 어르신들에게 비타민 같은 웃음과 기쁨을 선사하는 신실한 봉사자로, 그리고 1년 52주 예배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는 주님의 참된 증인으로 서 있다. 자신을 살리신 하나님의 은혜를 기억하며, 이제는 따스한 손길로 이웃을 돌아보는 성숙한 삶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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