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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수에서 상처 입은 치유자로··· 수술대에서 만난 하나님"

김미경 기자 입력 2026.08.24 13:29 수정 2026.08.24 13:29

복음을 살아낸 사람들 ④ - 이경호 목사 (창원 세움교회)

'나는 상처 입은 치유자입니다' 저자
삼촌들 폭력 속 중학교 중퇴하고 방황
인공관절 수술 속 지난날 눈물로 회개

사회복지사 실습 중 새길동산요양원 입소자 어르신 발을 씻어 드리는 장면
사회복지사 실습 중 새길동산요양원 입소자 어르신 발을 씻어 드리는 장면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이경호 목사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이경호 목사
누구나 가슴속에 감추고 싶은 부끄러운 과거 하나쯤은 품고 살아간다. 하지만 그 어두운 치부를 세상 앞에 당당히 드러내며, 자신이 받은 상처를 타인을 살리는 은혜의 도구로 바꾼 목회자가 있다. 최근 자전적 에세이 《나는 상처 입은 치유자입니다》를 펴낸 한 목회자의 삶은 한 편의 드라마보다 더욱 드라마틱하다.

■달려라 하니, 올리버 트위스트 같았던 칠흑 같은 유년
이경호 목사의 어린 시절은 잔혹하리만큼 슬펐다. 태어나기도 전 부모의 이혼으로 어머니와 헤어졌고, 경남 진주의 친할머니 댁에 맡겨졌다.
어머니가 떠난 후, 일곱 평 남짓한 작은 집에서 삼촌들과 함께 살게 된 그와 그의 형은 그 집의 ‘불청객’이었다. 조금만 울거나 웃어도 삼촌들에게 매를 맞았다.
“울면 운다고 맞고, 아파서 울면 또 맞고, 어쩌다 웃으면 방정맞다고 맞았습니다. 어릴 적부터 감정을 표현하는 법을 완전히 잃어버렸습니다.”
용돈 1원조차 주는 어른이 없던 지독한 가난 속에서, 어린 소년은 단지 달고나나 간식 하나라도 얻어먹기 위해 교회의 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불우한 환경은 그를 바른길로만 이끌지 못했다. 중학교를 중퇴한 그는 조직폭력배 배후의 유흥업소를 전전하며 방탕한 나날을 보냈다.

그러다 사소한 싸움에 휘말려 법정 구속됐고, 소년분류심사원으로 이송되며 ‘소년수’라는 주홍글씨를 품게 되었다. 소년분류심사원 집회에서 처음 하나님을 접했지만, 사회로 나온 뒤 신앙은 이내 식어버렸다. 대형 오토바이 사고를 당해 수천만 원의 병원비 더미에 얹혔을 때, 그는 “하나님, 한 번만 살려주시면 종이 되겠습니다”라고 서원 기도를 올렸다.
그러나 그 위기를 넘긴 후에도 방황은 계속됐다.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점집과 굿판을 드나들었고 이방 신까지 섬겼다. 그 결과는 극심한 공황장애와 고관절 뼈가 썩어가는 육체적·영적 절망이었다.

■인공관절 수술대 위, 마침내 찾아오신 하나님
하나님은 끝까지 그를 포기하지 않으셨다. 결정적인 회심은 차가운 병원의 ‘인공관절 수술대 위’에서 찾아왔다. 4시간에 걸친 수술을 받는 동안, 이경호 목사는 하나님을 떠나 살았던 지난날의 죄를 억수 같은 눈물로 철저히 회개했다.
“수술대 위에서 기도할 때,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뜨거운 성령의 임재가 나를 감쌌습니다. 수술의 고통조차 잊게 만든 성령과의 깊은 교제 속에서 제 영혼은 마침내 하나님께로 완전하게 돌아왔습니다.”
수술대는 단순히 병든 다리를 고치는 장소가 아니었다. 하나님을 떠났던 그가 다시 살아나는 은혜의 제단이 되었다.
회심 후 그를 오랫동안 괴롭힌 것은 ‘중학교 중퇴’라는 학력 열등감이었다. 하지만 다니던 교회 권사님의 권유로 용기를 내어 사이버대학에서 공부를 시작했고, 사회복지사를 거쳐 신학대학원에 진학하여 배움의 한을 풀었다. 공부를 통해 학력에 대한 상처와 자격지심도 조금씩 사그라들기 시작했다.

■"상처는 사랑을 줄 때 비로소 치유된다“

이경호 목사는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아주 특별한 영적 원리를 깨달았다고 고백한다.
“내 안의 깊은 상처는 타인에게 사랑을 받음으로써가 아니라, 내가 사랑을 줄 때 비로소 치유되었습니다. 어린 시절 내가 그토록 받고 싶었던 아비의 사랑을 주일학교 아이들과 소외된 이웃들에게 나누어 주었을 때, 내 안에서 울고 있던 어린아이도 함께 치유되는 기적을 경험했습니다.”
그는 소년수였다는 부끄러운 과거, 학력이 부족하다는 열등감을 세상 앞에 고백하기까지 많은 두려움이 있었다. 아내에게 과거를 솔직히 알리는 일도 큰 용기가 필요했다. 하지만 “나 같은 사람도 하나님 안에서 변화되어 여기까지 왔으니, 당신도 반드시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담대히 펜을 들었다.
현재 이경호 목사는 자신의 소년수 경험을 바탕으로 방황하는 청소년들에게 법의 엄중함과 하나님의 공의를 전하는 실제적인 치유의 도구로 쓰임 받고 있다. 거친 삶을 살아오며 세상을 원망하는 이들에게 “인생의 막장까지 가보았지만 후회만 남더라. 원망 대신 감사를 선택할 때 삶의 새로운 문이 열린다”고 전하는 살아있는 증인으로 서 있다.

■말이 아닌 행동으로 경험하게 한 ‘행복의 맛’
이경호 목사의 치유 사역은 단순히 강단 위에서의 메시지에만 머물지 않는다. 그는 말로만 “예수 믿으면 행복합니다”라고 외치는 것은 한 번도 사랑받아보지 못한 영혼들에게 아무런 울림을 주지 못한다고 강조한다. 주일학교 교사 시절, 상처가 많은 학생들을 위해 수요일마다 학교로 찾아가 함께 공을 차고 주말이면 자신의 집으로 데려와 먹이고 재우며 ‘영적 아비’의 역할을 자처했던 것은 그의 유명한 사역 일화다. 최근에도 마음에 깊은 상처를 안고 세상과 담을 쌓은 성도나 지적장애를 가진 청년들을 직접 찾아가 생일을 챙기고, 바다를 보며 차를 마시는 등 피부에 와닿는 사랑을 전하고 있다. 시간과 물질이 많이 드는 고단한 길이지만, 사랑받는 경험을 직접 해보아야 영혼의 상처가 비로소 매듭지어진다는 것이 그의 목회 철학이다.

■‘정죄의 울타리’에서 절망을 품는 ‘치유의 방주’로
오늘날 한국교회가 세상으로부터 비판받거나 반대로 상처 입은 영혼들을 외면하는 현실 속에서, 이 목사의 삶과 고백은 교회가 나아갈 본질적인 방향성을 제시한다. 그는 누가복음 17장의 말씀을 인용하며 “한 영혼을 실족하게 만드는 죄는 연자맷돌을 목에 매고 바다에 던져지는 것만큼 무겁다”고 경고한다. 교회가 정죄하고 판단하는 곳이 아닌, 소년수 시절의 자신처럼 세상의 밑바닥에서 길을 잃은 영혼들을 조건 없이 품어내는 ‘진정한 치유의 방주’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이 겪은 지독한 방황과 회복의 과정이 담긴 이 책이, 차가운 세상의 시선 속에서 주저앉아 있는 이들에게 하나님의 은혜로 통하는 따스한 통로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당신도 상처 입은 치유자입니다"
이경호 목사는 과거의 상처 때문에 하나님 앞에 나아가지 못하고 주저앉아 있는 성도들을 향해 “먼저 자신을 사랑하고 축복해 주라”고 권면한다.
어릴 적 폭력 때문에 웃음을 잃었지만 아내의 도움으로 웃는 연습을 하여 행복을 되찾았듯, 상처 때문에 잃어버린 것은 하나님 안에서 다시 배우고 연습하면 된다는 뜻이다.
“과거의 상처가 당신의 남은 인생을 결정하게 두지 마십시오. 당신의 과거보다 하나님의 사랑이 훨씬 더 큽니다.”
그의 남은 삶과 사역의 비전은 하나다. 바로 “당신도 상처 입은 치유자입니다”라는 고백을 세상에 퍼뜨리는 것이다.
치유받은 한 사람이 또 다른 아픈 영혼을 세우고, 그렇게 세워진 사람이 다시 타인을 품어주는 거룩한 연쇄 반응을 꿈꾼다.
자신의 삶에 새겨진 모든 흉터를 은혜의 훈장으로 바꾸신 하나님을 찬양하며, 오늘도 가장 낮고 아픈 곳을 향해 걸어가는 이경호 목사의 사역은 이 시대 방황하는 수많은 영혼들에게 따스한 소망의 등불이 되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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