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31일 조찬설교
보이는 복음으로서의 두 기관의 MOU 체결
신지균 목사
경남성시화 사무총장
큰나라교회
요한복음 6:1–13
예수님의 공생애 동안 네 번의 유월절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때의 유월절만 예루살렘이 아니라 지방 벳새다에서 지키셨습니다. 마치 오늘날로 말하면 “출장 뷔페”와 같은 유월절 잔치였습니다. 하나님 나라의 식탁은 제도 안이 아니라, 잃어버린 영혼이 있는 자리에서 펼쳐집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유월절의 잔치를 벳새다로 옮기셨습니다. 오늘날의 말로 하면, 교회 안이 아니라 세상 한복판으로 출장하신 예수님입니다. 예수님 시대의 갈릴리나 이두래의 벳새다는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 살던 땅이었습니다. 이날도 예수님은 산 위에서 수많은 무리를 보셨습니다. 남자만 오천 명, 여자와 어린이까지 합치면 아마 만 명 넘었을 것입니다. 그들은 말씀을 들으러 왔지만, 이제는 배가 고팠습니다. 그들의 굶주림은 단지 육체의 허기가 아니라 삶의 절망, 희망의 결핍이었습니다. 오늘 우리의 도시도 다르지 않습니다. 겉으로는 풍요로워 보이지만, 마음의 허기, 관계의 메마름, 삶의 방향을 잃은 어린 영혼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이때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너희가 먹을 것을 주라”(마태 14:16)고 하셨습니다. 기적은 그분의 눈물 어린 시선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것은 단지 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나눈 사건이 아니라, 하나님의 ‘깨어진 마음의 자리’에서 흘러나온 사랑의 역사였습니다.
월드비전이 태어난 자리도 바로 이와 같았습니다. 월드비전이라는 구호단체를 만든 이는 미국의 밥 피어스목사입니다. 그는 원래 미국의 젊은 복음전도자이자 종군기자였습니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 후 중국과 한국을 순회하며 복음을 전하다,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전쟁의 참상을 직접 목격했습니다. 피난민들과 고아들의 비참한 모습을 본 그는 카메라와 펜을 들고 전장의 복음 전도자이자 구호 기자로 활동하며 미국 교회에 한국의 현실을 알렸습니다. 그때 만난 한경직 목사는 서울 영락교회를 중심으로 전쟁고아들을 돌보고 있었고, 피어스에게 한 소녀의 학비를 부탁했습니다. 피어스는 즉시 자신의 돈을 내어 도왔고, 그 감동이 “하나님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일로 내 마음도 아프게 하소서”라는 기도로 이어졌습니다. 그 결단이 곧 월드비전(World Vision)의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월드비전은 1950년 한국전쟁의 참혹한 현실 속에서 태어났습니다. 지금으로부터 70여년이 지난 오늘, 그 씨앗은 세계 최대의 기독교 국제구호개발단체로 자라 전 세계 100여 개국에서 가난과 재난, 전쟁으로 고통받는 이웃을 섬기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 월드비전은 ‘받는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 변화한 대표적 사례입니다. 한때 도움을 받던 한국이 이제는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어린이들을 돕는 후원국이 되었습니다. 월드비전은 단순히 물질을 나누는 단체가 아니라, 복음적 사랑을 사회적 책임으로 확장하는 하나님 나라 운동입니다. 전쟁고아 한 명을 품은 사랑이 이제는 세대와 국경을 넘어, 지역개발, 아동보호, 긴급구호, 교육과 평화운동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오늘 한국 교회가 월드비전과 협력하는 일은, 과거 하나님의 은혜로 세워진 역사를 이어 받아 “사랑이 먼저다”라는 복음의 정신을 세계 속에 다시 새기는 사명입니다.
오늘 경남 성시화 운동본부와의 MOU의 자리는, 바로 그 깨어진 마음의 연대가 이어지는 자리입니다. 오늘 월드비전과 성시화운동이 MOU 를 맺으면서 오늘 본문을 통하여 기억해야 할 한 부분이 있습니다. 그것은 12절에 "그들이 배부른 후에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이르시되 남은 조각을 거두고 버리는 것이 없게 하라 " 는 말씀입니다. 모두가 배불리 먹었습니다. 그리고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말씀하셨습니다. “남은 조각을 거두고 버리는 것이 없게 하라.” 이 말씀은 단순히 ‘낭비하지 말라’는 교훈이 아닙니다. 하나님은 모든 생명과 자원을 귀하게 보신다는 선언입니다. ‘남은 조각’(κλάσμα, klasma)은 부서지고 깨어진 조각이지만, 그것마저 하나님 나라의 일부로 품으시는 주님의 섬세한 마음입니다. 월드비전의 사역은 바로 이 ‘남은 조각을 거두는 일’입니다. 버려진 아이들, 잊힌 지역, 소외된 민족—그들을 주님은 결코 버리지 않으십니다. 그 일에 우리 성시화가 동참할 때, 우리의 섬김은 단순한 선행이 아니라 하나님의 구속사에 참여하는 일이 됩니다. 또한 이 ‘남은 조각을 거두는 일’은 지속가능한 섬김의 상징입니다. 예수님은 기적 후에도 질서를 세우셨습니다. 기적은 무질서가 아니라 청지기의 질서 속에서 완성됩니다. 오늘날 월드비전이 “근본적 해결”, “지속가능한 지역사회 변화”를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성시화운동이 “도시 전체의 거룩함”을 추구하는 것도 같은 영성의 연장선입니다. 하나님은 오늘 우리에게도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희가 거둘 남은 조각이 있다.” 우리의 교회가, 우리의 도시가, 여전히 하나님이 거두기 원하시는 조각입니다.
“경남성시화운동본부와 월드비전 경남본부의 MOU 체결”은 단순한 행정적 협약 이상의 신학적·사회적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다음과 같이 세 가지 차원에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 1) 하나님나라 확장의 ‘공적 신앙’ 협력- 성시화운동은 지역 사회를 ‘거룩하게 변화시키는 복음운동’을 핵심으로 합니다. 반면 월드비전은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한 국제 구호·개발·옹호단체’로, 아동과 빈곤문제, 정의 실현에 초점을 둡니다. 두 기관이 MOU를 맺는 것은 곧 복음적 가치와 사회적 책임이 손을 잡는 일입니다. 즉, “하나님나라의 복음이 사회 속에서 실천으로 확장되는 통로”를 여는 것입니다. 이는 교회가 단지 ‘전도의 기관’에 머무르지 않고 ‘섬김의 공공성’을 회복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마 5:14-16 참조). 2) 지역사회 속 ‘교회와 NGO의 협력 모델’ 제시- 교회와 복음 중심의 성시화운동이 주로 목회자, 교인, 교단을 잇는 네트워크였다면, 월드비전은 전문성을 지닌 국제 NGO입니다. 이 두 기관이 협약을 맺음으로써 교회의 영적 자원과 NGO의 사회적 역량이 결합됩니다. 이를 통해 경남 지역 내 아동, 청소년, 복지 사각지대, 교육, 환경, 재난 대응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실질적 변화를 만들어내는 협력 모델이 될 수 있습니다. 이는 한국교회가 사회 속에서 신뢰를 회복하고, 복음이 ‘선한 영향력’으로 구현되는 길을 여는 의미가 있습니다. 3) 복음과 정의, 말씀과 실천의 통합- 개혁주의 전통에서도 ‘신앙과 삶의 통합’은 중요한 주제입니다. 칼빈이 “신앙은 삶으로 드러난다” 라고 강조한 것처럼 신앙과 삶의 통합으로서 중요합니다. 이 MOU는 복음이 단순한 교리적 진술을 넘어서 사회적 정의와 사랑의 실천으로 확장되는 신앙의 현현을 보여줍니다. 즉, 경남성시화 운동본부의 경건과 월드비전의 실천이 서로를 보완하여 “믿음이 사랑으로 역사하는”(갈 5:6) 공적 신앙의 모범을 이루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번 두 기관의 MOU는 “복음의 사회적 실천”과 “사랑의 공공성 회복”이라는 두 축 위에서, 경남 지역 교회와 사회를 잇는 하나님나라 운동의 확장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는 교회와 NGO가 함께 지역을 섬기며, ‘보이는 복음’을 실현하는 상징적 사건입니다.
오늘 오병이어 이적의 시작은 거대한 손이 아니라 한 아이의 손이었습니다. 예수님은 그 손을 통해 세상을 먹이셨습니다. 하나님은 여전히 작지만 내어놓는 손, 헌신의 손, 사랑의 손을 찾고 계십니다. 오늘 MOU를 통해 경남성시화운동본부와 월드비전이 손을 맞잡습니다. 이 손이 바로 그 아이의 손이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