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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크리스천인문학] 『역사란 무엇인가』 E. H. 카

크리스천경남 기자 입력 2026.01.20 14:12 수정 2026.01.20 14:12

현외성 교수<br>마산중앙감리교회 원로장로<br>전 경남대 교수<br>창신대 석좌교수<br>현재 경남평생교육연구원 원장
현외성 교수
마산중앙감리교회 원로장로
전 경남대 교수
창신대 석좌교수
현재 경남평생교육연구원 원장
역사란 무엇인가? 왜 사람들은 저마다 역사를 남기려 하고 역사를 공부하려고 하는가? 어떻게 `과거의 사실`들이 `역사적 사실`이 되는가? 어떤 과거의 사실은 사람들의 기억에서 지워지고 아무런 역사적 사실로서 기록되지 못하고 사라지는가?
 역사는 우리들에게 자신이 누구인지를 알려주는 중요한 근거가 된다. 개인, 가족, 지방, 국가, 그리고 문명은 과거의 사실을 역사라는 이름으로 헤아려보면서, 각각 자신들의 오늘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받으며, 나아가 미래의 방향을 바라보는데 도움을 받게 된다. 또한 역사는 우리들에게 과거의 이야기들을 살펴봄으로써 교훈을 얻을 수 있게 하는 한편 문제 해결에 귀중한 통찰력을 획득할 수 있게 한다. 이런 맥락 이런 의미에서 사람들은 역사에 관심을 가지고 다른 나라 역사의 사례, 다른 사람들의 인생사 등에 흥미를 가지는 것이다.
 E. H. 카의 저서 『역사란 무엇인가』는 1961년에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행한 6차례의 강연자료를 정리하여 1961년에 출판된 역사학의 고전으로 되어 있다. 카의 유명한 말, "역사는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말이 나오는 책이다. 카는 역사란 단순히 과거의 어느 지역에서 발생한 사실들을 객관적으로 서술한 것이 아니라고 한다. 그는 당시 역사학의 표준으로 되어있던 랑케의 역사관인, `역사는 오직 사실의 집대성`이라는 객관주의적인 역사관에서 탈피한 일종의 주관주의적 역사관을 제시하고 있다. 즉, 카는 역사란 일어났고 지나간 과거의 사실를 모아서 집대성하고 나열한 기록이라기 보다는, 역사가가 자신의 관점과 시대적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과거의 사실을 `선택`하고 `해석`함으로써 `역사적 사실`이 되고, 이를 바탕으로 역사 서술이 이루어진다고 하였다. 그래서 역사에는 역사가의 `주관적 선택과 해석`이 개입될 수 밖에 없다고 하였다.
 한편 카는 역사가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였다. 역사가는 특정 시대를 사는 사람이니만큼, 그 시대와 국가의 가치관과 문화에 영향을 받고 있다. 누구든지 간에 인간은 그 시대와 전통과 국가에 영향을 받고 또 주면서 살아가고 있다. 이런 점에서 역사가도 한 인간인 만큼 역사가 역시 한 시대와 문화의 영향력 안에서 살아가므로 역사가의 생각과 저술은 그 시대와 국가의 산물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역사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특정 사회속의 역사가에 대한 이해가 중요해진다는 것이다.
 사회에는 수많은 구성원인 개인들 사이의 `상호작용`과 `갈등`이 존재한다. 역사적 사실이란 사회 속에서 개인들의 상호작용과 갈등에 관한 사실을 포함하고 있다. 이것을 다른 말로 표현하면 구성원들 사이에 존재하는 `사회적 힘`들에 관한 사실이기도 하다. 아이작 뉴턴, 아담 스미스, 칸트, 헤겔, 나폴레옹, 원스턴 처칠, 루스벨트 등 역사적으로 두드러진 위인들 역시 역사적 과정의 산물이자 대리인이면서 이와 동시에 세계의 모습과 인간의 사유를 변화시키는 사회적 힘의 대변자이자 창조자인 탁월한 개인으로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역사적 사실과 관련하여 위인들도 중요하지만 위인들이 존재하도록 한 사회적 구성원들의 수(數)적인 중요성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역사는 사회적 힘, 구성원의 수와 대중의 움직임에 의해서 형성되는 측면이 강하기 때문이다. 이때 위인의 역할은 사회적 힘과 관련 없는 것이 아니라, 그 사회적 힘의 필요에 따라 응답하고 그것을 대변할 때 중요해지는 것이다.
 필자는 카의 `사회적 힘`을 역사의 과정, 특히 전환점으로써 바라본 것이 탁월한 혜안이라고 생각한다. 역사는 당대의 사회적 흐름, 사회적 과정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이 사회적 과정을 주도하는, 사회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의 생각과 행동이 중요하다고 필자는 판단한다. 다만 이들 구성원 개인을 하나의 거대한 연합된 힘, 사회적 흐름으로 대변하고 이끄는 지도력을 가진 사람이 바로 위인이 아닐까 한다. 이런 점에서 보면 사회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의 깨어 있는 역사의식과 행동이 역사를 바꿀 수 있고 사회를 바꿀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또한 이 수많은 구성원들이 가진 생각을 한 방향으로 연합하게 하고 긍정적이고 합리적인 방향으로 이끄는 역사적 사회적 눈을 가진 지도자 역시 중요하다는 판단이다.
 다음으로 이 책에서 카는 역사와 과학 및 도덕과의 연관성을 밝히고 있다. 먼저 역사와 과학과의 연관성이다. 카는 역사는 과학이라고 했다. 역사가는 특수한 역사적 사실을 통하여 일반적인 경향이나 가설을 설정하여 검증하는 방식을 취하기 때문에 과학이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자연과학처럼 엄밀한 실험이나 보다 완벽한 예측이 어렵다고 하였다. 예컨대 근대의 역사가들은 영국과 프랑스와 중국의 혁명에 관하여 서술할 때에, 역사가의 관심은 특수한 것에 있기 보다는 특수한 것 안에 있는 일반적인 것에 있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역사가는 자신의 증거를 검증하기 위하여 일반화를 이용하고, 그러하기 때문에 역사는 과학이라는 것이다.
 더욱이 역사가들이 여러 가지 사실과 역사적 사실을 통해서 `역사의 교훈`이라는 문제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한다. 일반화의 진정한 핵심은 우리가 그것을 통해서 역사로부터 가르침을 얻고자 한다는 것, 즉 어떤 일련의 사건들에서 이끌어 낸 교훈을 다른 일련의 사건들에 적용하고자 한다는 것에 있다고 카는 말한다. 이런 점에서 역사는 과학이면서 도덕과 연관된다는 이야기이다. 카는 말한다. "역사에서 배운다는 것은 결코 단순한 일방적인 과정이 아니다. 과거에 비추어 현재를 배운다는 것은 또한 현재를 비추어 과거를 배운다는 것을 의미한다. 역사의 기능은 과거와 현재의 상호관계를 통해서 그 두 가지 모두에 대한 보다 깊은 이해를 진전시키는데에 있다."
 이런 점에서 역사는 도덕과 밀접하게 연관된다. 하지만 역사가는 "사회로부터 유리되고 역사로부터 유리된 추상적인 기준이나 가치는 추상적인 개인만큼이나 일종의 환상이다. 진정한 역사가란 모든 가치의 성격이 역사적으로 조건 지어진 것임을 인정하는 사람이지, 자기가 생각하는 가치야말로 역사를 초월하는 객관성을 가진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아니다." 카는 역사가는 비교와 일반화를 통해서 교훈을 얻고 미래 예측에 도움을 획득할 수 있지만, 과거 인물과 사건인 `과거의 사실`에 대하여 추상적이며 초월적인 도덕적 기준을 가지고 재단해서는 안된다고 하였다. 사람은 특정 시대와 지역, 국가에 속하여 살아가고 있다. 따라서 그 시대와 지역, 국가의 문화와 가치관이 개인의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므로 도덕의 특성과 한계가 존재한다는 사실 또한 인정해야 한다.
 카는 역사적 사건의 `원인`을 파악하는 일을 역사가의 중요한 역할 중의 하나라고 했다. 역사의 전개과정을 서술하는데 있어서, `무엇이 역사를 변화하게 하는가`라는 주제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결국 역사의 변천은 과거에 발생하였던 사건과 사고에 의해서 일어나는데, 그 사건과 사고를 발생하게 한 배후의 원인을 밝히는 작업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는 말이다. 카는 말한다. "역사가들과 역사철학자들은 역사적 사건의 원인과 그것을 지배하는 법칙을 발견함으로써 인류의 과거 경험을 체계화하려는 일에 열심히 매달렸다. 그 원인과 법칙은 때로는 구조적 측면에서, 때로는 생물학적 측면에서, 때로는 형이상학적인 것으로, 때로는 경제적인 것으로, 때로는 심리적인 것으로 생각되었다. 그러나 역사는 과거의 사건을 원인과 결과의 질서정연한 전후관계속에 배열함으로써 성립한다는 것이 공인된 교리였다." 역사가는 이러한 측면에서 역사적 사실의 인과관계를 추적하게 된다.
 통상 이 주제와 관련하여 역사가들이 가진 우연론과 결정론의 입장이 있는데, 카는 이 두 가지 입장 모두를 비판한다. 역사에서 우연론은, 역사란 전체적으로 우연의 계속이라는, 즉 우연의 일치에 의하여 결정되고 가장 뜻밖의 원인에서만 유래하는 사건들의 연속이라는 것이다. 반면에 결정론은 모든 사건에는 하나 또는 여러 가지의 원인들이 있고 그 하나 또는 여러 가지의 원인들이 달라질 것이 없었다면, 그 사건은 다른 식으로 발생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신념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역사적 사건과 사고의 원인은 다양한 원인들이 있을 수 있다. 우연론과 결정론은 양쪽 모두 이 복잡하고 다양한 원인을 한편으로는 단순화 하는가 하면 한편으로는 과장하는 경향이 있다는 주장이다. "역사가는 사실을 선택하고 배열하여 역사적 사실로 만드는 작업으로부터 역사가 시작된다. 역사가와 그 원인의 관계는 역사가와 그 사실의 관계와 똑같이 이중적이고 상호적인 성격을 가진다. 원인은 역사과정에 대한 역사가의 해석을 결정하며, 그의 해석은 원인의 선택과 배열을 결정한다. 원인의 등급화, 즉 어느 하나의 원인이나 어느 일련의 원인들 혹은 또 다른 일련의 원인들의 상대적 중요성을 가려내는 것이 역사가의 해석의 본질이다." 역사가는 합리적인 설명과 해석을 통하여 무수한 원인들 중에서 역사적으로 중요한 것으로 판단되는 원인을 선택하는 작업을 하며, 이를 바탕으로 역사가 서술된다.
 마지막으로 카는 역사는 진보한다고 생각한다. 이때 진보란 특정 목적과 가치관을 바탕으로 한 진보가 아니라 획득된 자산의 전승에 의존하여 인간의 이해력이 증진되고 합리성이 증대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이루어진다고 한다. 이런 맥락에서 진보의 최종목적은 정해진 것이 아니다. 인간이 과거의 실패와 경험으로부터 배우고 합리성을 확장해가려는 것 자체가 역사의 진보를 이루는 동력이 된다. 역사는 이러한 점에서 미래에 대해 희망적이고 인간의 능력을 증진하게 하며, 합리적이고 더 나은 미래를 창조해가는데 유익하다. 바로 이런 의미에서 역사를 공부하는 유용성과 목적이 있다.
 
추천도서
 E. H. 카, 김택현 옮김, 역사란 무엇인가, 까치, 2023.
 정기문, 역사란 무엇인가?, 민음인,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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