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님, 이가 아파요!“"
치과 진료실에서 가장 자주 듣는 말 가운데 하나다. 그런데 환자들이 말하는 치통은 모두 같은 통증이 아니다. 어떤 분은 찬물을 마실 때 시큰거린다고 하고, 어떤 분은 바늘로 찌르듯이 이가 아파서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하였다고도 한다. 또 어떤 분은 우리하고 묵직한 통증을 호소하기도 한다.
우리는 흔히 치아가 아프면 충치를 떠올린다. 물론 충치는 치통의 가장 흔한 원인이다. 그러나 치통은 충치 외에도 잇몸질환, 치아 균열, 치경부 마모, 사랑니 염증, 이갈이, 턱관절 질환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할 수 있다. 때로는 축농증이나 삼차신경통이 치통으로 오인되기도 한다.
치아는 우리 몸에서 가장 단단한 조직이다. 하지만 아무리 단단한 치아라도 지속적인 세균의 공격과 잘못된 생활습관 앞에서는 손상될 수밖에 없다. 충치가 치아 표면의 법랑질에만 머물러 있을 때는 특별한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병소가 상아질과 신경조직까지 진행되면 차가운 물을 마셔도 시큰거리고, 뜨거운 음식에도 통증이 생기며, 심한 경우 밤잠을 설치게도 된다.
충치로 인해 치수염이 생겨 치통이 왔을 경우에는 해당치아를 근관치료한 후에 보철치료로 마무리한다. 근관치료의 성공률이 약 90퍼센트 정도로 평가하고 있으니 10%의 실패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 방법을 통하여 자연치를 보호하는 것이 지혜로운 선택이다.
두 번째로 흔한 원인은 치주질환이다. 치아를 둘러싸고 보호하는 잇몸에 치태(세균막)가 부착되면 세균의 대사물질이 잇몸에 염증을 일으키게 된다. 이것을 초기에 치료받지 못하면 치은염으로 시작하여 치조골까지 녹이는 치주염으로 발전하게 된다. 이렇게까지 진행되면 염증의 4대 증상인 잇몸이 빨개지고, 붓고, 열나고, 아파지는 현상들이 치아주변의 잇몸과 치조골에 퍼져 심한 통증을 유발하게 된다.
이런 경우에는 급성증상을 완화시키는 치료를 받은 후에 항생제와 소염제를 복용하면서 치주치료를 받아야 한다. 세균의 진지와 같은 치석을 제거하고 부은 잇몸을 치료하여 안정된 상태로 가라앉히는 치료를 하게되는데, 치료 후에 부었던 잇몸이 정상화되면서 치은이 퇴축되고 치간이 넓어지면서 검은색 삼각 공간이 생기게 됨을 미리 알고 있어야 한다. 치주질환의 후유증으로 생긴 이 사이의 틈이나 검은색 삼각 공간은 보철적 처치로 수복할 수 있다.
세 번째로 치통을 일으키는 질환은 치아균열이다. 등산을 할 때 주변에 있는 암석들이 금가 있거나 갈라져 있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단단한 바위들이 비바람에 갈라지는 것처럼 단단한 치아라도 반복되는 저작이나 단단한 음식을 씹을 때 발생하는 교합력에 의해 실금이 생길 수 있다. 처음에는 단단한 음식을 씹을 때 깜짝 놀라게 되는 증상이 나타나다가 나중에는 부드러운 음식조차도 씹을 수 없는 단계로 발전하게 된다. 이런 경우에는 초기 증상이 있을 때 가급적이면 빨리 근관치료를 받아 통증을 완화시키고 보철치료를 통해 그 치아를 살리는 노력을 해야 한다. 통증이 오래되어 늦게 치료받는 경우에는 균열이 치아 뿌리까지 내려가 치아를 살릴 수 없게 되기도 한다.
네 번째로 통증은 경미하지만 일상 생활에 지장을 주는 ‘치경부마모증’도 있다. 찬물을 마실 때 시리게 느껴지거나 찬 바람이 입에 들어오면 신경이 쓰이는 증상을 나타낸다. 또 찬물로 양치를 하면 너무 시려서 기피하게 되기도 한다. 이것은 과도한 교합력이 반복적으로 작용하여 치경부의 법랑질 조각이 떨어지거나, 과도한 횡마법 칫솔질로 인한 치경부 마모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런 경우에는 시린 증상을 완화시키는 약용치약을 쓰거나, 광중합 레진을 사용한 치경부 수복을 통하여 해결할 수 있다.
다섯 번째로 치아의 통증과는 다르지만 치통으로 오인하는 삼차신경통이 있다. 삼차신경통은 얼굴의 감각을 담당하는 삼차신경에 이상이 생겨 발생하는 질환으로, 혈관압박이나 다발성경화증 또는 종양 등이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다. 치아를 검진하여 뚜렷한 원인을 발견할 수 없는 심한 안면통의 경우에는 구강내과나 신경과 등과 협진하는 것이 바람직 하다.
인체는 참으로 신비롭다. 몸에 문제가 생기면 다양한 방식으로 우리에게 신호를 보낸다. 열이 나고, 붓고, 아프고, 불편함을 느끼게 한다. 통증은 결코 반가운 손님은 아니지만, 건강을 지키기 위해 꼭 필요한 경고음이다.
치통도 마찬가지다. 자동차 계기판에 경고등이 들어오면 정비소를 찾듯이, 치아가 보내는 신호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 작은 충치 하나가 방치되면 신경치료가 필요해지고, 결국 발치와 임플란트로 이어질 수도 있다. 조기에 발견하면 간단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늦게 발견하여 큰 비용과 시간을 들이는 경우를 진료실에서 자주 보게 된다.
다행히 대부분의 치과 질환은 예방이 가능하다. 하루 세 번의 올바른 칫솔질, 치실 사용, 정기적인 스케일링과 검진만으로도 상당수의 문제를 막을 수 있다. 특히 증상이 없더라도 6개월에 한 번 정도 치과 검진을 받는 습관은 평생 치아 건강을 지키는 가장 좋은 투자이다.
필자는 40년 가까이 치과 진료를 하면서 많은 환자들을 만났다. 그 과정에서 깨달은 사실이 하나 있다. 건강은 잃고 나서야 그 소중함을 알게 된다는 것이다. 치아도 예외가 아니다. 평소에는 존재를 의식하지 못하지만, 한 번 아프기 시작하면 음식 먹는 즐거움도, 편안한 잠도, 일상의 행복도 흔들리게 된다.
우리는 흔히 건강을 당연하게 여기며 살아간다. 그러나 건강한 치아 하나에도 놀라운 하나님의 창조 질서와 섭리가 담겨 있다. 작은 치아 하나가 음식을 씹고, 말을 하게 하고, 아름다운 미소를 만들며, 삶의 즐거움을 누리게 한다. 그 소중함을 기억하며 잘 관리하는 것도 우리에게 맡겨진 책임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