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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목회는 결국 좋은 책에서 시작됩니다"

크리스천경남 기자 입력 2026.07.06 15:02 수정 2026.07.06 15:02

목사님의 서재(1) - 이채웅 목사(산성교회)

이채웅 목사
이채웅 목사
책은 한 사람의 생각을 만들고, 그 생각은 결국 한 사람의 삶을 빚어낸다. 목회자의 서재는 그가 어떤 신앙을 품고 어떤 설교를 준비하며 어떤 교회를 꿈꾸는지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신앙고백이다. 이채웅 목사의 서재에는 유행하는 베스트셀러보다 오랜 세월 곁을 지켜온 신앙의 고전들이 빼곡하다. 그 책들은 단순한 참고서가 아니라 목회의 방향을 세우고 영성을 다듬어 온 동반자들이다.

목회의 방향을 결정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준 책은 토마스 아 켐퍼스의 『그리스도를 본받아』이다. 성경 다음으로 가장 많이 읽힌 기독교 고전으로 알려진 이 책은 '예수님처럼 생각하고, 예수님처럼 살아가라'는 메시지를 중심으로 겸손과 자기부인, 하나님 중심의 삶, 내면의 경건, 그리고 고난의 의미를 깊이 다룬다.

이채웅 목사는 신학을 준비하던 청년 시절 이 책을 읽으며 "나는 과연 그리스도를 닮아가고 있는가"라는 질문 앞에 서게 되었다고 회상한다.
"그때부터 목회는 교회를 성장시키는 일이 아니라, 목회자인 나부터 그리스도를 닮아가는 삶이어야 한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습니다."
오랜 세월 반복해서 읽는 책은 조나단 에드워즈의 『신앙감정론』이다. 그는 이 책이 오늘날 더욱 필요한 이유를 "참된 신앙과 거짓 신앙을 분별하는 기준을 성경에서 찾게 해주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뜨겁게 찬양하면 참된 신앙인가, 눈물을 많이 흘리면 성령의 역사인가'와 같은 질문에 대해 철저히 말씀으로 답하는 책입니다. 감정보다 말씀을 기준으로 신앙을 점검하게 만드는 귀한 고전입니다.“

목회 현장에서 실제적인 도움을 준 책으로는 옥한흠 목사의 『평신도를 깨운다』를 꼽았다.
"교회의 본질은 사람을 많이 모으는 것이 아니라 평신도를 그리스도의 제자로 세우는 것입니다. 목회자는 혼자 일하는 사람이 아니라 성도들을 사역자로 세우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다시 배우게 되었습니다."
이 깨달음은 그의 목회 철학에도 깊이 스며들었다. 프로그램보다 사람을 세우고, 행사보다 제자를 세우는 목회가 건강한 교회를 만든다는 확신이다.

최근 다시 읽으며 새로운 감동을 받은 책은 C. S. 루이스의 『스크루테이프의 편지』이다.
"청년 때 읽었을 때와 지금 다시 읽었을 때의 깊이는 전혀 달랐습니다. 인간의 죄성과 영적 전쟁을 이처럼 통찰력 있게 다룬 책은 흔치 않습니다."
이채웅 목사의 독서법은 화려하지 않다. 그러나 매우 치밀하다. 그는 다독보다 정독, 속독보다 반복을 선택한다.
"한 장을 읽고 나면 여백에 그 장의 핵심을 한 문장으로 정리합니다. 또 마음에 남는 문장은 반드시 독서노트에 직접 옮겨 적습니다. 밑줄만 긋는 것으로는 내 것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는 좋은 책 한 권은 저자의 오랜 기도와 연구가 담긴 결정체이기에 여러 번 읽을 때 비로소 자신의 삶이 된다고 믿는다.
목회 초년에는 신학의 기초를 세우는 책을 많이 읽었다면, 지금은 사람을 이해하는 책으로 독서의 폭을 넓혀가고 있다. 현재 읽고 있는 책도 김형경 작가의 심리 에세이 『좋은 이별』이다.
"목회는 결국 사람을 이해하는 일입니다. 그래서 인문학과 에세이, 시를 읽으며 인간의 상실과 아픔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성도들에게 추천하는 책은 의외로 얇다. 옥한흠 목사의 『길』, 짐 다우닝의 『묵상』, 팀 켈러의 『자유』. 두 시간이면 읽을 수 있는 분량이지만 제자의 삶과 말씀 묵상, 복음 안에서 누리는 자유라는 신앙의 본질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후배 목회자들에게는 에케하르트 슈테르만의 『초기 그리스도교의 사회사』를 추천한다. 신약성경이 기록된 시대의 역사와 사회를 깊이 이해하게 해 주어 성경을 입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돕는 책이라고 말한다.

설교를 준비할 때마다 가장 자주 펼치는 책은 마틴 로이드 존스의 『설교와 설교자』이다.
"매년 한 번씩 이 책을 다시 읽으며 설교자의 부르심을 점검합니다. 설교는 정보를 전달하는 시간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을 선포하는 사역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가장 오래 간직한 책은 오스왈드 챔버스의 『주님은 나의 최고봉』이다. 힘겨웠던 월요일 아침마다 이 묵상집을 펼치며 새로운 힘을 얻었던 기억은 지금도 목회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책을 통해 얻은 가장 큰 변화는 설교와 목회 철학이었다. 자료를 모으는 데 집중했던 설교 준비는 본문을 깊이 묵상하고 기도하는 과정으로 바뀌었고, 교회의 성장은 프로그램이 아니라 한 사람을 말씀으로 세우는 데 있다는 확신도 책을 통해 더욱 굳어졌다.
이채웅 목사는 "좋은 목회자는 좋은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이 아니라, 좋은 책이 자신의 삶을 바꾸도록 내어주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의 서재는 단순히 책을 꽂아두는 공간이 아니다. 하나님 앞에서 자신을 돌아보고, 말씀을 묵상하며, 성도를 어떻게 세울 것인지를 고민하는 작은 기도실이다. 오늘도 그의 서재에서는 한 권의 책이 한 편의 설교가 되고, 한 사람의 목회가 되어 교회를 세워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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