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에 기록된 요셉의 진정한 위대함은 7년의 풍년 동안 곡식을 창고에 가득 '모으는 데'에서 끝나지 않았다. 그의 진짜 지혜는 극심한 흉년이 닥쳤을 때, 백성들이 굶주리지 않도록 창고의 곡식을 지혜롭게 '나누어 준 인출의 기술'에 있었다.
우리의 노후를 책임질 연금도 마찬가지다. 자산을 모으는 적립의 과정만큼이나, 세금 폭탄을 피하며 평생 마르지 않도록 잘 꺼내 쓰는 '인출 전략'이 노후 생활의 질을 결정한다. 평생 애써 모은 연금을 광야의 만나처럼 평안히 누리기 위해 반드시 알아야 할 지혜로운 연금 수령법을 소개한다.
1. 조급함을 내려놓는 지혜: 퇴직금은 무조건 '길게' 연금으로은퇴할 때 손에 쥐게 되는 가장 큰 목돈인 퇴직금은 당장 눈앞의 유혹에 흔들려 일시금으로 한 번에 수령하기 쉽다. 하지만 이는 막대한 퇴직소득세를 한꺼번에 부담해야 하는 악수가 될 수 있다.
지혜로운 청지기라면 퇴직금을 IRP(개인형 퇴직연금) 계좌에 넣어두고, 만 55세 이후에 '연금'으로 나누어 받아야 한다. 연금 수령 시 10년 차까지는 퇴직소득세의 30%를, 11년 차부터 20년 차까지는 40%를 감면받는다. 특히 2026년 세법 개정에 따라 20년을 초과하여 장기 수령하면 최대 50%까지 파격적인 세금 감면 혜택이 주어진다. 당장 생활비가 넉넉해 연금이 필요 없더라도 최소 금액으로 연금 수령을 미리 개시해 두자. 연금은 실제 수령을 시작한 시점부터 수령 연차가 계산되므로, 필요 금액이 많지 않더라도 소액으로 먼저 개시하는 전략이 이후 절세 측면에서 유리할 수 있다.
2. 선을 넘지 않는 절제: 사적연금은 '연간 1,500만 원' 이하로은퇴 후 연금을 무작정 넉넉하게 꺼내 쓰는 것은 위험하다. 연금저축과 IRP에서 세액공제를 받은 금액과 그 운용수익을 연금으로 수령하는 경우에는 연간 연금소득이 1,500만 원을 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절세에 유리하다.
이 한도 이하로 수령하면 나이에 따라 3.3%~5.5%라는 낮은 연금소득세만 내고 분리과세로 깔끔하게 종결된다. 하지만 1,500만 원을 초과하면 종합과세 대상이 되거나, 16.5% 분리과세를 선택할 수 있어 세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내게 주어진 재정의 한계를 알고 정해진 그릇의 크기를 넘지 않는 절제가 노후 자산을 지키는 든든한 방패다.
3. 지혜로운 분배의 기술: 인출 순서에 숨겨진 '복리'와 '절세'연금 계좌에서 돈을 뺄 때는 복잡한 세금을 일일이 계산하지 않아도, 자산을 가장 안전하게 지킬 수 있는 순서대로 알아서 인출된다. 1순위인 세액공제를 받지 않은 원금이 먼저 나오고, 2순위로 퇴직금 원금이, 마지막 3순위로 세액공제 받은 원금과 운용 수익이 인출된다. 이 순리 속에는 자산을 키우고 세금을 막아주는 두 가지 장치가 숨어 있다.
*복리 효과 극대화: 3순위에 해당하는 운용 수익과 세액공제 원금은 계좌에 머무는 동안 세금을 떼지 않는 '과세이연' 혜택을 누린다. 즉, 이자가 이자를 낳는 자본을 최대한 늦게 꺼내 쓰도록 뒤로 미뤄둔 것이다. 이는 기나긴 노후 동안 자산을 복리로 증식시키는 데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1,500만 원 한도의 보호막: 3순위 자금은 연간 1,500만 원 한도를 넘기면 세금 부담이 커지지만, 2순위인 퇴직금 원금은 연금 방식으로 수령하는 범위에서는 아무리 많이 인출해도 이 한도 계산에서 완전히 제외된다. 덕분에 생활비 지출이 많은 은퇴 초기에 세금 걱정 없이 퇴직금을 먼저 편히 헐어 쓸 수 있다. 나에게 가장 이득이 되도록 설계된 제도의 섭리를 믿고 차분히 나누어 쓰기만 하면 된다.
4. 남은 곡식을 싹 틔우는 지혜 마르지 않는 현금흐름연금을 지혜롭게 인출하는 동안, 아직 곳간에 남아있는 자산은 어떻게 해야 할까? 주인이 맡긴 달란트를 땅에 묻어둔 종처럼 예적금에만 방치하면 물가 상승이라는 도둑에게 가치를 빼앗기고 만다. 이때 은퇴자들의 든든한 대안이 바로 '리츠(REITs)'다.
리츠는 다수의 투자자에게 자금을 모아 오피스 빌딩, 상가, 데이터센터 등 대형 부동산에 투자하고, 여기서 나오는 임대 수익을 배당으로 돌려주는 상품이다. 소액으로 부동산에 투자할 수 있으며, 물가가 오르면 임대료도 함께 상승해 인플레이션을 방어하는 훌륭한 수단이 된다. 특히 연 6~8% 수준의 시가배당률을 기대할 수 있어 매월 꾸준한 현금흐름이 필요한 은퇴자에게 제격이다.
현재는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과 개인형 IRP는 물론, 연금저축 계좌에서도 리츠 투자가 가능하다. 위험자산 한도가 70%로 제한되는 퇴직연금과 달리, 연금저축에서는 리츠 관련 자산을 100%까지 넉넉하게 담을 수 있다.
가장 큰 축복은 역시 '세금'에 있다. 일반 계좌에서는 리츠 배당금에 15.4%의 배당소득세가 부과되지만, 연금 계좌에서는 연금을 수령할 때까지 세금을 내지 않는 '과세 이연' 혜택을 누린다. 세금으로 나갈 돈까지 고스란히 재투자되어 복리의 마법을 누리다가, 훗날 연금으로 수령할 때 3.3%~5.5%의 낮은 세율만 적용받으므로 엄청난 절세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여기에 은퇴 시점에 맞춰 자산 비중을 조절해 주는 TDF(타깃데이트펀드)나 월배당 ETF를 적절히 섞는다면, 더할 나위 없이 견고한 방주를 완성할 수 있다.
은퇴 후의 삶을 책임지시는 분은 하나님이시지만, 100세 시대라는 기나긴 광야를 건너기 위해서는 우리 편에서의 철저한 인출 계획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 장기 인출의 지혜와 절세 원칙은 단순한 재테크 기술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맡기신 자산을 끝까지 충성되게 관리하는 청지기의 자세이기도 하다. 여러분의 노후 창고에서 평안과 은혜가 마르지 않고 흘러나오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