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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이 피는 때, 하나님의 때를 기다린다 - 이대희 집사

크리스천경남 기자 입력 2026.08.24 13:52 수정 2026.08.24 13:52

[독자기고] 믿음의 시선 - 이대희 집사(밀양성결교회)

이대희 집사와 아들
이대희 집사와 아들
1980년대, 산꼭대기 고지 중계소의 기술 지원과 인력 부족으로 몇 개월간 청춘을 바쳐 근무했던 창원 불모산 중계소. 40년이라는 긴 세월이 흐른 오늘에야, 퇴직 후 제2의 직장을 창원에 얻게 되면서 아련한 추억이 서린 그 산길로 다시 발걸음을 옮겨본다.

옛날 수개월 동안 매일 출퇴근하던 산길을 따라 피어난 야생화들이 마치 오랜 친구를 반기듯 고개를 내밀고 있다. 손바닥을 가만히 펴서 살포시 어루만지며 간지럽혀 본다. 젊은 시절에는 먹고살기 바빠 들꽃 한 송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었다. 하지만 결혼 후 꽃을 유난히 사랑하는 아내와 평생을 살다 보니, 부부는 닮아간다고 했던가. 어느덧 나 역시 꽃에 마음을 빼앗기고, 계절에 따라 피고 지는 꽃들을 보며 오롯이 자연의 흐름을 느끼는 정서적 여유를 갖게 되었다.

차가운 겨울이 지나면 산수유와 매화가 고개를 들고, 뒤이어 목련과 벚꽃이 흐드러지게 만개한다. 다시 몇 달이 지나면 영산홍과 진달래가 산을 물들일 것이고, 더위가 시작되면 수국과 배롱나무가 고운 자태를 드러낼 것이다. 더위가 물러간 자리엔 어김없이 국화와 코스모스가 필 것이다. 산림청에서 계절 스케줄을 짜서 던져준 것도 아니요, 달력을 주며 "너는 지금 피고, 건너편 너는 지라" 정해준 것도 아닌데, 들꽃들은 저마다의 때를 따라 완벽한 질서 속에 피어난다.

문득 주님의 음성이 가슴을 울린다.

“솔로몬의 모든 영광으로도 입은 것이 이 꽃 하나만 같지 못하였느니라 오늘 있다가 내일 아궁이에 던져지는 들풀도 하나님이 이렇게 입히시거든 하물며 너희일까 보냐” (누가복음 12:27~28)

자연의 한가운데서 주님의 신실하신 입히심을 깨닫지만, 정작 이러한 마음의 여유조차 누리지 못한 채 치열하게 살아가는 서른일곱의 아들을 떠올리면 가슴 한구석이 아려온다.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한다지만, 170cm의 자그마한 체구로 위험이 도사린 해외 오지를 홀로 배낭여행 할 때면 동행할 짝도 없이 혼자 다니는 그 모습이 안쓰러워 눈시울이 붉어지곤 한다. 안타까운 마음에 믿음의 자매를 구하려 지인들에게 부지런히 아들의 소식을 전해보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현실에 애만 탄다. 하지만 이내 “아직 하나님의 때가 아니리라” 마음을 다잡으며, 아들 이삭의 아내를 구하기 위해 종을 보내며 기도했던 아브라함의 심정을 조금이나마 헤아려본다.

오늘날은 그 어느 때보다 풍요롭고 좋은 세상이라 하지만, 사람들은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더 치열한 경쟁 속으로 내몰리고 있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으로 현대인들의 영혼은 점점 위축되어 간다. 주님의 말씀 안에서 참된 안식을 누리기보다 “여행은 가슴이 떨릴 때 하는 것이지, 다리가 떨릴 때 하는 게 아니다”라는 유행어처럼, 지친 삶을 잠시의 여행으로 달래보려 애쓰는 모습들이 씁쓸하기만 하다.

여행에 때가 있듯, 사랑과 결혼에도 때가 있는 법이다. 과거 20대에는 그저 사랑이라는 감정 하나로 콩깍지가 씌어 가정을 이루곤 했다. 그러나 30대를 넘어서면 사회적 조건과 견고해진 자신만의 세계, 1인 가구의 증가와 ‘혼밥·혼행’으로 대표되는 나 홀로 문화의 확산 속에서 가정을 이루는 일이 점점 뒤로 밀려나고 있다.

동성애의 확산과 미신적 세태 등 거룩한 가치관이 혼란을 겪는 이 시대 속에서, 나는 성경의 한 장면을 떠올린다. 이세벨이 여호와의 선지자들을 도륙할 때, 오바디야를 통해 백 명의 선지자를 오십 명씩 굴에 숨기고 떡과 물로 먹이시며 그루터기를 남겨두셨던 하나님의 신실하신 손길을 말이다.

혼란의 시대 속에서도 정의와 거룩을 지켜가실 하나님을 신뢰하며, 나는 오늘도 아들의 좋은 배필을 위해 기도 위에 마음을 얹는다. 들꽃 한 송이도 제때에 입히시는 하나님께서, 내 사랑하는 아들의 삶에도 가장 아름다운 주님의 때에 꼭 맞는 믿음의 돕는 배필을 허락해 주시리라 믿는다. 아들을 향한 아버지의 애타는 사랑과 간절한 기도를 담아, 불모산의 고요한 바람 속에 오늘도 나의 기도를 띄워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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