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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교신의 불꽃에서 퍼올린 목회의 지혜

크리스천경남 기자 입력 2026.08.24 14:36 수정 2026.08.24 14:36

목사님의 서재(4) - 진창설 목사(신광교회)

진창설 목사
진창설 목사
한 권의 책은 한 사람의 인생을 비추는 거울이자, 한 목회자의 목양관을 형성하는 은밀한 젖줄이다. 신문 기획 코너 『목사님의 서재』에서는 삶과 사역의 길목에서 만난 책을 통해 텍스트의 바다를 노저어 온 한 목회자의 깊은 신앙과 삶의 고백을 들어보았다.

“무협지 주인공이 낭떠러지 아래서 비기를 얻어 다시 날아오르듯, 우리도 실패의 자리에서 십자가 복음으로 다시 날아올라야 합니다”

■선교사 결심에서 복음운동으로… 김교신과 셰익스피어가 준 깨달음

 그의 사역적 터닝포인트는 청소년 시절과 대학 시절에 찾아왔다. 중학교 3학년 당시 선교사로 결심하고 서원했던 그는 한국외국어대학교 재학 시절, 서울서문교회 대학부를 다니며 김교신(金敎臣, 1901~1945) 전집을 접하게 됐다. “온 민족의 가슴에 성경을, 삼천리 반도 금수강산 방방곡곡에 성경을 전하자”라는 김교신의 뜨거운 외침은 그의 가슴을 세차게 흔들었다. 당시 시대적 도도함이었던 학생운동의 현장을 경험하면서도, 그는 세상이 말하는 ‘민주화운동’보다 영혼을 살리는 ‘복음운동·신앙운동’이야말로 시대를 바꿀 가장 강력한 능력이 됨을 확신하고 목회의 길로 방향을 정립했다.
그의 서재는 신학서적에만 갇혀있지 않다. 어릴 적 형님들이 보던 무협지와 동서양 고전을 읽으며 한글을 뗐다는 그는 중국 작가 김용(金庸)의 《사조영웅전》, 《신조협려》, 《천룡팔부》 등을 읽으며 인간군상의 서사를 익혔다. 대학 시절에는 김형석, 안병욱 교수의 철학 수필집을 통해 글쓰기와 철학적 사고 훈련을 쌓았고, 대학교 4학년 때 만난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과 5대 희극은 인간의 본성과 삶의 깊이를 이해하는 결정적 통찰을 안겨주었다.

■옥한흠의 제자훈련과 무협지 속에서 퍼올린 설교의 지혜
 30대 한가운데였던 만 35세에 담임목사로 부임한 후, 2000년대 초반 부산에서 목회하던 시절 심각한 고비와 위기를 맞닥뜨렸다. 그때 그의 목회에 새로운 길을 터주고 정통 교회론을 단단히 세워준 것은 故 옥한흠 목사의 ‘제자훈련 사역자 훈련’과 교재들이었다. 이 훈련은 목회의 본질을 재확인하고 성도들을 바로 세우는 강력한 목양적 무기가 되었다.
그는 세상의 모든 책이 지혜만 있다면 목회와 설교의 훌륭한 도구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그는 과거 무협지 속 에피소드를 가져와 성도들의 가슴을 울리는 설교를 전한 적이 있다.
“무술 고수에게 덤볐다가 패배해 천길 낭떠러지로 추락한 주인공이, 절망의 절벽 아래에서 옛 고수의 비기를 얻어 다시 날아올라 승리하는 무협지 이야기를 설교에 적용했습니다. 예수 없이 세상에 덤볐다가 실패한 인생이, 십자가 복음이라는 절벽 아래의 은혜를 입어 다시 날아오르는 진정한 승자가 된다고 전했지요. 또한 진짜 고수가 되려면 자신의 알량한 무공을 비워내야 하듯, 우리 역시 자신을 비워낼 때 성령으로 채워진다는 진리를 전했습니다.”

■인문학적 사색과 신학의 만남… “서재는 세상을 향한 거울”
 그에게 있어 서재는 단순히 신학 서적을 보관하는 장소가 아니라, 하나님이 만드신 세상을 이해하고 성도들의 삶을 깊이 있게 통찰하는 ‘거룩한 영적 연구소’다. 신학이라는 단단한 뼈대 위에 무협지와 고전, 철학과 문학이라는 인문학적 살을 붙여온 그의 독서 여정은, 세상과 소통하는 설교의 지평을 넓혀주는 마중물이 되었다. 목사님은 기독교인들이 교회라는 울타리 안에만 갇혀있지 말고 일반인들의 서재를 함께 들여다보며 그들의 고민과 언어를 이해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한다. 세상의 학문과 문화 속에서도 하나님의 일하심을 발견하고, 그것을 복음의 언어로 재해석해 내는 지혜야말로 이 시대 목회자와 성도들에게 꼭 필요한 독서의 참된 가치이기 때문이다.

■새벽 큐티와 신문 읽기… "매일 성경 한 장을 문장으로 써라“
 담임목사 부임 이후 지금까지, 그는 새벽기도회를 마치고 곧바로 집으로 간 적이 없다. 새벽 설교 본문으로 깊은 큐티(QT)를 진행하며, 이 묵상은 평생 그가 전하는 설교의 가장 비옥한 자양분이 되었다. 설교와 영성을 위해 주석이나 타인의 설교집에 의존하기보다, 직접 원어성경과 원어사전을 찾아 파고드는 것을 즐긴다.
또한 성경 읽기 다음으로 신문과 사설, 당대의 베스트셀러를 가리지 않고 읽는다. 세상을 읽고 시대를 분별하기 위함이다. 그는 부교역자들과 성도들에게 “책과 신문, 칼럼을 가리지 말고 읽어 세상의 흐름을 읽으라”고 주문한다.
특히 후배 목회자들과 성도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독서법으로 ‘문장화 작업’을 꼽는다. 단순히 책이나 성경을 눈으로 읽는 데 그치지 않고, “매일 성경 한 장을 읽고 반드시 그것을 자신의 언어로 문장화하여 글을 써보라”고 강조한다. 이것이야말로 글쓰기 훈련이자 문해력을 키우고, 나아가 성경 본문을 바르게 이해하여 선포하는 설교자의 기초 체력이 되기 때문이다.

■헤르만 헤세를 꿈꾸며, 은퇴 후를 바라보는 방랑자의 서재
 그가 가슴 한 켠에 간직하고 있는 앞으로의 소망은 헤르만 헤세(Hermann Hesse)의 산문집 《방랑(Wanderung)》과 닮아있다. 헤세가 스위스 테신 지방을 여행하며 시와 수필을 쓰고 수채화를 그렸듯, 은퇴 후에는 아름다운 풍경과 만나는 인물들을 글로 남기고, 그림을 그리며, 거기에 찬양을 작곡해 붙여보는 꿈을 품고 있다.
신학대학원 시절 사두었던 때묻은 원어사전과 빛바랜 언어별 성경들이 여전히 책상을 지키고 있는 목사님의 서재. 가리지 않고 읽는 왕성한 인문학적 탐구열과 말씀의 본질을 놓지 않는 깊은 영성이 교차하는 그곳에서, 오늘도 성도들과 세상을 향해 선포될 거룩한 지혜가 영어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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