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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토석담 - 강 상 선

크리스천경남 기자 입력 2026.03.10 15:18 수정 2026.03.10 15:18

강상선 목사
영남총회신학교 교수역임
새생명교회 담임목사

강상선 목사
강상선 목사
도심에서 떨어진 한적한 곳에 하나님께서 지목한 새생명교회가 세워졌다. 어르신들만이 마을을 지키고 있는 고을에 교회가 세워짐으로, 고향을 떠나간 사람들이 하나 둘 들어오고 있다. 조용한 마을에 오고 가는 사람들로 활기가 찬 느낌이다. 한 영혼을 살리기 위한 하나님의 특별한 계획은 오묘하기만 하다. 돌 하나가 세워지고, 뭉개지고의 모든 것이 하나님의 섭리임을 알게 된다. 우리 인간이 어느 것 하나 함부로 할 수가 없고 앞서갈 수 없음을 말씀을 통해 배우고 새기고 있다. 세상의 많은 사람의 만남도, 그 모두가 하나님의 뜻 안에서 만나고 헤어진다. 여기에서 저기로 옮겨가고 하는 것 모두가 하나님의 시간표 안에 있음을 알게 되었다.

한 해가 저물어 가는 주일이다. 주님이 귀히 쓰시는 H 목사님께서 6명의 성도님과 함께 새생명교회로 방문하셨다. 고향을 찾는 애틋한 마음을 가지고 찾아오신 것이다. 온 마음으로 함께 예배를 드리고는 정겨운 마음으로 고향의 그리움을 찾고 있었다. 차가운 날씨지만 맑은 공기를 쏘이며 옛 어르신들이 살아가신 흔적이 남아있는, 기와지붕과 토석담을 예리하게 살펴보시고 이러한 글을 보내오셨다.

천편일률적인 벽돌이 아니라, 세상에 하나뿐인 돌멩이들이 서로 어우려져 단단한
토석담이 되었다. 상처 난 돌들이 흙과 더불어 자기만의 독특한 온리 원(only one) 으로 서있다. 천하게 여기며 짓밟힌 흙들이 버려진 돌들을 가치 있게 해준다.
그분처럼 . . . 의령 새생명교회의 토석담

산으로 둘러싸인 아름다운 풍경을 예사롭게 생각했건만, 영성 깊은 목사님이 보시기에 보배롭게 보이신 것이었다. ‘짓밟힌 흙과 버려진 돌’의 가치가 새롭게 다가온다. 꼬불꼬불 골목길 따라 마치 사람들이 지나가는 길을 양해해 주다 보니 담장이 굽진 것처럼 보인다. 덕분에 마을 사람들은 감사하며 잘 애용하고 있다. 토석담을 눈여겨 살피면서 흙과 어울림을 하는 돌들의 속삭임을 상상해 본다.

맑은 시냇물에서 노래하는 조약돌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며, 예쁜 돌을 골라서 집으로 가져와 어항 속에 넣던 일들이 생각이 난다. 계곡과 계곡으로 이어지는 크고 작은 돌멩이들을 밟고, 등산객들을 따라 높은 산에 올라가 하나님의 아름다운 세계를 노래하기도 하였다. 개울이나 물이 괸 곳에 돌을 듬성듬성 놓아놓아 만든 징검다리를 건너야만, 집으로 갈 수 있었고 올 수도 있었다. 옛날의 살아온 모습을 생각하면 아련하게 떠오르는 추억을 지울 수가 없다.

흩어진 하나하나의 돌멩이를 흙으로 감싸고 보듬어서 또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 간다. 토석담을 울타리로 하여 아름다운 주거 공간을 만들어 인생들이 살아가고 있다. 떨어져 있으면 하나의 돌멩이지만, 흙이 들어감으로 뭉쳐지고 새롭게 변모되어 하나의 존재감을 주는 작품이 된다. 혼자는 힘이 없어 다른 것을 생각할 엄두도 내지 못하지만, 서로의 힘을 보태니 아이디어들이 나오고 다방면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할 수 없다고 낙심도 하지만 자신감이 생겨 당당히 일어서게 되고, 타인을 돌아보게 되는 힘이 길러짐으로 많은 영향력을 주기도 한다.

토석담에 조금만 틈이 생기면 풀이 올라온다. 어느새 씨앗이 떨어졌는지 모르게 파릇파릇 새싹이 틈을 타고 나온다. 돌담 사이로 내미는 모습이 너무도 예쁘고 귀중한 생명체이다. 하지만 그 풀이 너무 많이 자라면 흙담이 무너지기에 살짝 뽑아내기도 한다. 애틋한 마음 달래며 . . . .
메마른 땅에 뿌려진 생명이 얼마나 왕성한지, 뽑고 또 뽑아도 활기차게 자라는 모습이 대견스럽기만 하다. 약을 뿌리며 뽑아내는 농부의 심정이 이해된다.

시대가 변하여 시멘트에 콘크리트 건물이 대세이다. 그래도 강변을 타고 흐르는 냇가의 아름다운 정경은 돌담으로 되어 있다. 크고 작은 돌이 하나가 되어 돌담을 만들어, 그 사이로 흐르는 맑은 물가로 초록 이끼가 끼어가는 모습이 아름다워 보인다. 강과 바다가 합쳐지는 바위섬에 왜가리가 긴 다리를 뽐내며, 먹잇감을 노리고 서 있는 모습도 멋스럽기만 하다. 마치 고고하게 서 있는 모습이 멋지게 차려입은 패션모델처럼 보인다. 한참을 바라보다가 발걸음을 옮길 수가 있었다.

돌멩이 하나, 흙들의 이야기지만, 우리 인생의 만남도 이러한 모습으로 태어나 세상 속의 한 일원으로 살아가고 있다. 그저 주어진 인생인 것 같지만 신묘막측 神妙莫側 한 하나님의 계획하심을 무지한 인생이 어떻게 다 헤아릴 수 있으랴!!
성경 속의 인물을 하나하나 챙겨봄으로, 한 일생을 살아가는 아름답고 고귀한 인생들의 모습을 살펴보기를 원한다.

허물이 많은 죄인이지만 하나님의 사랑 안에서 선택받았다. 거듭난 하나님의 자녀로 살아감에 감사할 뿐이다. 때로는 하나님의 인도 하심에 따라 위로를 받기도 하고, 보듬어 주시는 주님의 마음을 깨닫고 행복함을 느낀다. 이 모든 것을 하나님의 은혜라고 말한다. 하나님은 하나밖에 없는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이 땅에 인간의 옷을 입혀 보내셨다. 죄인들의 모든 죗값을 대신하여 십자가에 못 박혀 죽게 하신 엄청난 희생을 치르신 것이다. 이 놀라운 은혜, 갚을 수 없는 하나님의 은혜를 ‘그저 하나님 은혜 감사합니다’ 이 말로 끝날 일은 아닌 것 같다.

하나님은 분명한 목적으로 ‘한 사람 한 사람’을 이 땅에 태어나게 하셨다. 그 목적 아래 살아가는 우리는 ‘어떻게 살아감이 하나님의 은혜를 갚는 길일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살펴보면서 하루하루 걸어가야 할 것이다.

오늘도 ‘짓밟힌 흙들이 버려진 돌들을 가치 있게 해준다.’ 이 말씀을 마음에 새긴다. 어제의 연속이 일생으로 가는 고리가 됨을 알기에 함부로 살지 않겠다고 각오한다. 손, 발 하나하나가 몸체의 한 부분이지만, 모두가 연결되어 한 몸을 이루어 생명체로 살아가고 있다. 나를 뛰어넘어 남을 바라보게 되고, 삶의 연결고리가 잘 이어져서 사회라는 공동체가 만들어진다. 공동체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것을 넘어, 신뢰와 협력의 관계로 이어질 때 행복함을 느끼게 된다.

선한 것이라고는 하나도 없지만, 하나님의 품 안에 있기에 행복을 느낀다.
놀라운 하나님의 은혜. 갚을 수 없는 그 사랑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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