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의 햇살이 더욱 빛나는 날이다. 산들바람이 우리의 마음을 부풀게 하여 자리를 옮겨가며 산책길에 나섰다. 가는 곳곳마다 잘 정돈된 모습은 생활 속의 안정감을 주었고, 긴 얘기를 나누며 도착 된 곳은 미리 준비한 진귀한 밥상이었다. 농부의 땀흘림과 수고한 손길을 음미하며 식사를 마치고 그윽한 차 향기 마시면서 옛 추억을 나누었다. 한참 주위를 살펴보니 오랜 옛날, 월요일 저녁이면 신학교 학생들을 만나려고 전철을 타고 버스를 갈아타고 신학교로 향하던 곳이었다.
낮에는 땀흘리며 직장 생활하면서 밤에 공부하는 학생들이다. 하나같이 세상사 삐걱거리는 소리에 지나칠 수 없어 힘겨워도 배움의 끈을 놓지 않으려고 먼 길을 달려온다. 마치 밤이면 더욱 빛나는 반딧불처럼 눈에 불을 켜고 공부하려는 그들을 생각하면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 있다. 어느날 버스를 타러 가는 길목에서 누군가를 애타게 부르는 소리가 들려온다. 한참을 걸어갔더니 ‘목사님 우리 학교에서 가르쳤잖아요’하고 손을 덥석 잡는다. 너무 놀랍고 반가워서 두 손을 붙잡고 신학교 교정에서의 지나온 이야기를 한참 동안 나눈 적이 있다.
10년 동안 5 교회를 거쳐오며 부 교역자로 훈련을 받았다. 담임목사님을 보좌하며 교회 사역인 아동부, 유치부, 대학청년부, 전도부, 새 가족부를 담당하던 일을 마쳤다. 작은 교회로 시작하여 차츰차츰 큰 교회로 옮겨가며 크고 작은 많은 훈련을 받은 것으로 생각된다. 교육전도사에서 전임전도사 부목사로, 하나님의 인도하심에 따라 개척훈련을 받고, 교회를 개척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어느 날이다. ‘우리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쳐달라’는 신학교 학장님의 말씀이었다. 이제 교회 개척을 했는데 하고 걱정하고 있을 때, ‘순종하라’는 하나님의 음성이 들려온다. 부족하지만 ‘순종하겠습니다’ 하고 강단에 서게 된 것이다.
헐레벌떡 달려오는 그들의 눈빛은 반딧불이 어두우면 더욱 빛나듯 생기로 가득하였고, 복잡한 세상 속에서 지체할 수 없는 듯 그들에겐 용기가 샘솟듯 하였다. 혼자서는 할 수 없지만 함께라면 무엇이든 해낼 수 있을 거라는 불굴의 의지가 보였다. 2011년 9월 합동 보수 영남총회신학교 학장 신학박사 김동주 목사님으로부터 소개를 받고 신학대학원 학생 앞에 서게 된 것이다. 나 역시 더 배워야 함에도 나를 요청하는 곳이라면 감사하며 달려갔던 곳이다.
수업은 실제 목회 생활 가운데 실천할 수 있는 과목을 우선으로, 목회 신학 원론 강의로부터 목회자의 영성 관리, 부 교역자의 위치와 자세, 목회와 심방, 목회와 상담, 목회와 설교, 목회와 예배, 목사의 자질과 성품, 목회와 교육, 목회와 사회봉사, 목사의 가정생활과 사모, 생활신앙을 중점으로 시작되었다. 배움에 목마른 학생들의 갈급한 심령은 촉촉이 젖어 학생들의 수가 증가하고 있었고, 마지막 수업 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으로 기억이 된다. 그러기를 6년 6개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나의 모든 생활 일정은 신학교와 교회에 우선으로 움직였다.
이후로 ‘피로감과 허전함’이 교차 됨에 ‘잠깐 쉬어야겠습니다’ 말씀을 드리고 학교를 뒤로 하였다. 이후로 학생들이 개척한 교회에서 세미나를 개최하면 먼 길을 달려가 그들에게 용기를 주었고, 교회 방문을 요청하면 달려가 함께 손을 잡고 눈물로 기도하며 서로에게 힘을 주고받던 기억이 난다. 학생들은 함안, 경주, 의령, 창녕, 원근 각지에서 배움에 목말라 달려왔고, 강의를 들으며 한 톨의 시간도 말씀을 놓치지 않고, 메모하며 질문하고 먼 길을 달려 온 길을 다시 돌아가곤 했다.
어둠을 헤치며 배움의 끈을 놓치지 않는 학생들을 보며 주머니에 봉투를 넣어 주기도 하고, 간식시간이면 먼 길을 달려온 그들의 배고픔을 생각하며 빵을 준비했던 것들이 생각이 난다. 몇 년을 걸쳐 먼 길을 오매 가매 공부하여 학교를 떠나는 학생들에게 졸업선물을 살짝 넣어 주기도 한 것들이며. 교회를 개척하고 어려워하는 학생들에게 작은 마음을 전하기도 한 것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간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봄, 가을 소풍 때면 선도주자로 교수를 초청하고, 스승의 날이면 교수의 몫으로 선물을 준비하는 모습이며, 희로애락을 같이하던 학생들을 떠나보내야 하던 졸업식날에 눈물로 기도문을 읽어나갔던 일들이 가슴이 저미듯 떠오른다.
세상은 어떤 모양이든 돌아간다. 하지만 인간이 살아가는 세상은 도덕이 살아있고, 정직과 진실이 살아있는 것이 아름다운 사회이다. 앞서간 우리의 선배들이 잘 닦은 나라가 그대로 존속이 되기를 바라며 자라나는 아이들이 바르게 잘 배워 바른길을 걸어갈 수 있도록 책임 있는 모습으로 살아가야 한다. 부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힘을 잃지 않고 정진하여 누군가에게 희망의 등불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등불은 단순히 빛을 내는 물건을 넘어 무지를 이기는 힘, 절망을 이기는 힘이다. 올바른 길을 제시하는 진리이다. 생명과 번영으로 내 주변의 어둠을 몰아내는 선두자로서 미래를 비추는 빛이 되어야 할 것이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반짝이는 작고 노란 불빛의 반딧불이는 빛으로 자기를 알리고 상대를 알아낸다. 하나가 둘이 되고 셋이 되듯 살아온 흔적 위에 아름다운 모습이 잘 새겨지길 바라며, 훗날 누군가의 가슴에 선한 모습으로 남아 있기를 바라며 상념에 잠긴다.
‘눈오는 밤에 걷더라도 함부로 걷지 마라. 오늘 나의 발걸음이 훗날 타인의 이정표가 되리니’라는 글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