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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파도 위 부흥회부터 탐방까지 일본 순교지 따라 '신앙 여정'

김미경 기자 기자 입력 2026.05.13 14:00 수정 2026.05.15 09:34

CBS 25주년 맞아 日순교지 순례

못판 앞에서 단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못판 앞에서 단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경남성시화운동본부와 진주성시화운동본부는 CBS 개국 25주년을 기념해 지난 4월 20일부터 24일까지 일본 순교지 순례를 진행했다. 이번 순례는 단순한 해외 방문이나 역사 탐방이 아니라, 순교의 흔적이 남아 있는 일본 땅을 밟으며 신앙의 본질과 선교적 사명을 다시 붙드는 영적 여정으로 마련됐다.

 

순례단은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에서 출발해 일본으로 향하는 배 안에서 선상부흥회를 드리며 첫 일정을 시작했다. 끝없이 펼쳐진 바다 위에서 울려 퍼진 찬양과 기도는 참가자들의 마음을 하나님 앞으로 이끄는 시간이었다. 흔들리는 파도 위에서 드려진 예배는 단순한 출항 예배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었다. 참가자들은 일상의 분주함과 익숙한 삶의 자리에서 잠시 벗어나 하나님 앞에서 자신의 신앙을 다시 돌아보며 순례의 의미를 깊이 새겨갔다.

 

선상부흥회에서는 매일 말씀과 기도가 이어졌다. 첫날인 20일에는 대표회장 이경은 목사가 요한계시록 2장 10절 말씀을 중심으로 ‘죽도록 충성하라 생명의 면류관을 네게 주리라’라는 제목의 말씀을 전했다. 이 목사는 “이번 순례가 단순한 여행이나 견학이 아니라 하나님 앞에서 우리의 믿음을 다시 점검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며 “순교의 땅을 밟으며 흔들리지 않는 믿음과 선교적 사명을 새롭게 붙드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이어 “오늘날 우리는 너무 쉽게 신앙을 타협하고 편안함 속에 안주하려는 경향이 있다”며 “그러나 순교자들은 목숨을 걸고 믿음을 지켰다. 그 믿음의 흔적 앞에서 오늘 우리의 신앙을 다시 돌아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번 일본 순례가 단순한 방문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일본을 향한 하나님의 마음을 품고 기도하는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22일에는 김주영 선교사가 ‘한 알의 밀알이 열어준 길’이라는 제목으로 말씀을 전했다. 김 선교사는 일본 선교 현장의 현실과 어려움을 나누며 “복음은 언제나 희생과 헌신 위에서 열매를 맺어 왔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일본은 여전히 복음이 척박한 땅이지만 하나님께서는 포기하지 않으신다”며 “한 알의 밀알이 썩어져 열매를 맺듯 순교자들의 피와 눈물이 오늘의 복음 역사를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또 “우리가 일본을 바라볼 때 역사적 감정만이 아니라 복음을 전해야 할 영혼으로 바라봐야 한다”며 “복음이 필요한 일본을 위해 기도하고 사랑으로 품어야 한다”고 말했다.

 

23일에는 정태진 목사가 ‘다윗처럼’이라는 제목으로 말씀을 전했다. 정 목사는 “다윗은 거대한 골리앗 앞에서도 환경보다 하나님을 더 크게 바라보았다”며 “오늘날 우리 역시 시대의 거대한 두려움과 현실 앞에서 믿음의 담대함을 회복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순교의 역사를 바라보며 다시 복음의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며 “교회가 세상 속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먼저 하나님 앞에서 무릎 꿇는 믿음이 회복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순례는 일본 기독교 역사의 현장을 직접 찾아가는 일정으로 이어졌다. 일본 기독교는 1549년 프란치스코 하비에르를 비롯한 예수회 선교사들을 통해 시작됐다. 이후 한때 나가사키와 오사카를 중심으로 크게 부흥하며 수많은 사람들이 복음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이후 도요토미 히데요시와 도쿠가와 이에야스 정권 아래에서 극심한 박해가 시작됐다.

 

당시 기독교인들은 배교를 강요받았고, 믿음을 지킨 수많은 신자들이 화형과 참수, 십자가형 등 참혹한 순교의 길을 걸어야 했다. 오늘날 일본의 기독교 인구는 1% 미만에 머물고 있지만, 순례단은 오히려 그 척박한 현실 속에서 더욱 간절한 기도의 필요성을 느끼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순례단은 자비에르 기념성당과 일본인 첫 신자 기무라의 집터, 화형 순교지 등을 방문하며 신앙의 흔적을 따라 걸었다. 특히 일본 기독교 박해의 상징 가운데 하나였던 ‘후미에(성화 밟기)’ 체험은 참가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남겼다. 당시 신자들은 예수와 마리아의 형상이 새겨진 성화를 밟으며 믿음을 버릴 것을 강요받았다. 참가자들은 직접 그 현장을 체험하며 믿음을 지키기 위해 목숨까지 내어놓았던 순교자들의 신앙을 깊이 묵상했다.

못을 밟고 있는 사진
못을 밟고 있는 사진

이어 나가사키에서는 원폭으로 무너졌다가 다시 세워진 성당과 나가사키 평화공원, 나가사키 원폭자료관, 그리고 일본 26성인 순교 현장을 방문했다. 참가자들은 역사의 깊은 상처와 순교의 흔적이 공존하는 그 땅에서 인간의 죄성과 동시에 끝까지 믿음을 지켜낸 신앙의 위대함을 마주하게 됐다.

 

특히 일본 26성인 순교지는 많은 참가자들의 마음을 숙연하게 만들었다. 복음을 전했다는 이유만으로 처형당했던 순교자들의 이야기는 오늘을 살아가는 한국교회에 다시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지금 우리의 믿음은 어떠한가.” 편안함에 익숙해진 신앙과 타협에 무뎌진 모습을 돌아보게 하는 시간이었다.

 

이번 순례는 단순한 역사기행이 아니었다. 사도행전 16장에 기록된 마게도냐 환상처럼 “건너와 우리를 도우라”는 영적 부르심에 대한 응답이었다. 과거 신사참배를 거부하며 고난과 핍박을 견뎌냈던 한국교회가 이제는 복음의 사랑으로 일본을 품고 기도하는 자리로 나아간 것이다.

 

순례에 참가한 박경원은 “복음이 없는 일본의 현실을 바라보며 긍휼이 필요한 땅임을 느꼈다”며 “복음이 단순한 지식이 아니라 삶과 생명이 되도록 살아가야겠다는 결단을 하게 됐다”고 소감을 전했다.

 

참가자들은 이번 순례를 통해 잊혀져가던 신앙의 본질을 다시 붙들게 되었다고 입을 모았다. 순교자들은 말없이 오늘의 교회를 향해 묻고 있었다. “지금 당신의 믿음은 어떠한가.”


눈물로 시작된 순례는 새로운 다짐으로 마무리됐다. 순교의 피로 세워진 믿음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시대를 넘어 다시 타오른다. 그리고 그 믿음의 불씨는 이번 일본 순교지 순례를 통해 다시 참가자들의 가슴 속에 깊이 새겨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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