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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오늘 - 강상선

크리스천경남 기자 입력 2026.03.24 17:29 수정 2026.03.24 17:29

강상선 목사
영남총회신학교 교수역임
새생명교회 담임목사

강상선 목사
강상선 목사
어둠이 서서히 걷히고 새날이 밝아오고 있다. 밤새 외롭게 어둠을 밝힌 가로등의 불이 꺼지고, 이름 모를 새들의 합창 소리와, 멀리서 목청껏 외치는 닭 울음소리가 새벽을 알린다. 그윽한 밤꽃 향으로 물든 새벽공기의 신선함이 가슴속까지 깨끗이 씻겨준다. 긴 숨 걷어내고 힘차게 요동치며 날개짓을 하듯, 잠자는 영혼을 깨우고 오늘이 시작되는구나. 뻐꾸기 울음도 개구리의 울음도 생명의 소리가 다채롭게 들려옴을 느끼는 새 아침이다.

새들의 합창 소리도 이제 서서히 막을 내리고, 농부들의 발걸음이 하나둘 움직이며 동녘의 아침이 밝아온다. 긴 진통을 겪고 한 생명이 태어나듯, 이 하루의 시작도 생명이 잉태되듯 시작됨을 느끼는 아침이다. 오늘은 선물이다. 어제는 지나간 과거이고, 내일은 알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가 선물이다. 오늘을 선물 받은 이 하루는 분명히 소중한 선물이다. 누구에게나 주어진 하루이지만 나에게는 특별한 오늘을 음미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인간만이 누리는 것이 아니라는 깊은 생각을 하게 된다. 동물의 울음소리, 식물의 움직임, 곤충의 날개짓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함부로 잡아 없애는 어처구니없는 검은 손길에 아픔을 느끼기도 한다.

생존 세계는 모두가 어우러져 살아가야 함을 알게 되었다. 진통을 겪으며 시작되는 하루는 그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어머니의 품속 같은 쉼을 통해 치유가 일어나고, 거부할 수 없는 힘이 작동함으로 오늘이 시작됨에 오늘은 분명히 선물이다. 오늘도 우리는 86,400원을 선물 받았다. 이 돈은 오늘 쓰지 않으면 없어지고 마는 것이다. 하루는 24시간, 1시간은 60분, 1분은 60초 = 86,400초다. Time is Gold. 시간은 돈이다. 86,400원은 우리 통장에 매일 들어오고 있다. 이 황금과 같은 시간을 나는 어떻게 쓰고 있나? 오늘이라는 ‘선물은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구나’ 영원히 숙면에 들어가는 자도 있으련만, 다시금 오늘을 선물 받는 이도 있으매, 특별한 날을 선물 받은 나는 두 손 모아 감사하며 살아가야 할 것이다.

내 인생의 시계를 돌려보면 그래도 구김살 없이 살아올 수 있었던 것은, 부모님의 슬하에 있었을 때가 아닌가 싶다. 함박웃음을 지으며 손가락으로 얼굴을 가리며 웃어대던 시절이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시절은 역시 세라복을 입고 가방을 든 모습이다. 아침 일찍 어머니의 밥상을 받으며 기차 통학하던 옛날이 생각난다. 여고 시절 진주에서 마산까지 운행되던 차 안에는 학생들로 가득 차 있었고, 멀리서 먼저 타고 오는 친구가 자리를 잡아 주면 그나마 좌석에 앉을 수가 있었다. 이러나저러나 그 비좁은 기차 안에서 공부하던 모습은 지금도 아련한 추억으로 웃을 수밖에 없다. 비좁은 골목에서도 생존의 목소리는 들려온다. ‘날계란이요 생계란이요’ 기차 안의 공기는 많은 이들로 붐비는 이색적인 수채화로 그려지는 풍경이다.

내 인생의 황금기라 할 수 있었던 여고 시절의 아름다움을 연상하면 ‘학생회장’ 이름표를 달고 크고 작은 행사를 이끌어 갔던 일이다. 특히나 여름방학 중, 학생들이 동원되어 가포해수욕장에서 아이스께끼 통을 짊어지고 국방 성금 모금을 위해 ‘아이스께끼’하고 외치던 기억이 새롭게 다가온다. 총각 선생님이 허용되지 않았던 엄한 카톨릭 학교 성지여자고등학교, 박정희 교장 수녀님의 엄격한 훈화는 ‘정직과 성실과 예의를 지키며 부지런히 일하여 서로 도우며 살아야 한다’라는 격려와 가르침이었다. 몸에 배도록 들어온 훈화는 습관이 되었고, 인생의 지침서가 되어 부모님과 선생님께 감사와 배려심과 바른 언행으로 잘 살아왔음에 감사를 드린다.

청년 시절은, 1킬로미트의 먼 길을 달려 새벽기도로부터 시작이 되었다. 문서선교를 통해 하나님을 만나게 되었고, 성경 공부는 새로운 시작을 알려 주었다. 동네 아주머니를 찾아가 ‘교회로 좀 인도해 달라’고 해서 나의 신앙생활은 시작되었다. 처음으로 교회로 인도되었을 때 목사님의 설교 말씀이 내 마음을 움직였다. 이것이다. 꿀맛 같은 말씀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교회를 빠지면 손해를 본다는 마음이 나를 사로잡았다. 그 후로 새벽이면 먼 길을 달려 교회로 나가니 목사님께서 특별히 기도해 주시고, 장로님 부부의 칭찬을 잊을 수가 없다. ‘믿지 않는 가정에서 청년이 잠이 많을 텐데’ 하고 등을 쓰다듬어주셨다. 그 칭찬이 날마다 새벽기도를 하게 만들어 주셨고, 나를 여기까지 오게 한 ‘승리의 방망이’라 생각이 된다.

바쁘게 움직이는 현대인의 아침은 서둘러 지하철에 몸을 맡긴다. 핸드폰을 귀에 대고 출근하는 모습은 그 옛날의 모습과 다를 것이 없다. 가슴에 가방을 안고, 등에 무거운 짐을 지고 나름대로 새벽을 깨워 경쟁하듯 움직이는 생동감은, 반드시 빛나는 인생을 위해서 살아가고 있음이 틀림이 없어 보인다. 잘 살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 만큼 대가가 주어짐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대견스러워 박수를 보내고 싶다. 남에게 의지하지 않는 우뚝 선 모습이 값진 인생임을 말해주듯, 오늘이 선물임을 감사할 줄 아는 모습이 고맙게만 느껴진다.

늦잠을 자고 있을 즈음에 쇠망치 소리가 들려온다. 새벽을 깨워 도시락 챙겨 들고 공사판에서 막노동하는 근로자의 부지런함은 가족들을 향한 사랑의 마음일 것이다. 모진 고통을 이겨가며 오직 내 자녀만큼은 호강시키기 위한 헌신의 마음이 아닌가 싶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취약계층의 생활 안정을 지원하는 공공 근로 사업이 많은 이에게 도움이 되고 있음을 알기에 나라의 소중함을 느끼게 된다. 오늘을 견디며 곳곳마다 아름다움을 장식하는 공공근로자의 손길은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준다. 남녀노소 장애인까지 누구든지 안심 놓고 길을 걷게 하며, 도심 속에서도 자연을 만끽하며 즐겁게 쉼을 얻을 수 있게 하는 거룩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오늘은 단지 해가 뜨고 해가 지고, 다음 날이 오듯이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님을 실감하며, 오늘은 하나님이 주시는 선물이구나, 복된 날이구나 다시금 깨닫게 된다.
생명의 시작을 알리는 피조물의 몸부림을 느끼며, 오늘을 잘 살아, 뒤돌아보는 오늘에 잘살아왔노라, 고백하며 승리의 배턴을 물려주기를 소망하며 조용히 눈을 감고 상념에 잠긴다.

내가 힘쓴다고 받는 선물이 아닌, 위로부터 내려오는 선물은 분명 생명이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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