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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과 동행
역사가인 E. H. 카는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말했습니다. 과거의 사건이 오늘 우리의 삶과 연결될 때, 그 역사는 비로소 의미를 갖게 됩니다. 그렇다면 성도인 우리는 역사를 단순한 지식이 아니라,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시는 교훈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성경은 하나님을 ‘기억하시는 하나님’으로 보여줍니다. 히브리어 ‘자카르’는 단순히 기억하는 것을 넘어, 기억하고 행동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나님은 자신의 언약을 기억하시고, 그 기억을 따라 역사 속에서 일하십니다.
반대로 인간은 쉽게 잊어버립니다. 은혜를 잊고, 고난의 의미를 잊고, 하나님을 잊습니다. 그러나 성경은 분명히 말합니다. 기억은 생명을 살리지만, 망각은 패망을 가져옵니다. 그래서 진리를 뜻하는 헬라어 ‘알레테이아’도 ‘잊지 않는 것’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한 심리학자는 사람을 세 부류로 나누었습니다. 어리석은 사람은 상처를 붙잡고 용서하지 못하며 분노 속에 사는 사람입니다. 순진한 사람은 쉽게 용서하지만 쉽게 잊어버려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지혜로운 사람은 용서하되 잊지 않는 사람입니다. 기억을 통해 배우고, 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이것이 바로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역사를 주신 이유입니다. 역사는 기억하게 하시고, 기억을 통해 배우게 하시며, 다시는 같은 길을 걷지 않게 하시는 하나님의 도구입니다.
성경의 사사기를 보면 이스라엘 백성들은 끊임없이 같은 실수를 반복합니다. 하나님을 떠나 죄를 짓고, 고통 속에서 부르짖고, 하나님이 구원하시면 다시 하나님을 잊어버립니다. 이 반복은 단순한 실패의 기록이 아니라, 인간의 연약함과 하나님의 인내를 동시에 보여주는 역사입니다.
기독교의 역사관은 직선적입니다. 창조에서 시작하여 타락, 구속, 그리고 종말로 나아갑니다. 그러나 그 직선 안에서 우리는 반복을 경험합니다. 마치 앞으로 나아가면서도 회전하는 물체처럼, 역사는 전진하면서 동시에 반복됩니다.
이 반복 속에서 하나님은 우리를 교육하십니다. 교육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님을 향하는 ‘수직적 교육’, 곧 신앙 교육과 세상을 살아가는 ‘수평적 교육’입니다. 우리는 수평적인 지식과 능력을 중요하게 여기지만, 그것만으로는 삶의 방향을 잃기 쉽습니다. 반드시 수직적인 신앙이 삶의 중심이 되어야 합니다.
또한 우리는 역사의 주권이 하나님께 있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세상은 힘의 논리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입니다. 강한 자가 약한 자를 억누르고, 권력이 역사를 만드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성경은 분명히 말합니다. 역사의 주인은 하나님이십니다.
하나님의 역사는 세상의 방식과 다릅니다. 세상은 힘으로 지배하지만, 하나님은 긍휼로 다스리십니다. 세상은 강한 자를 세우지만, 하나님은 약한 자를 들어 사용하십니다. 세상은 성공을 말하지만, 하나님은 순종을 통해 역사하십니다.
그래서 성경은 고난에 대해서도 전혀 다른 시각을 제시합니다. 시편 기자는 “고난 당한 것이 내게 유익이라”고 고백합니다. 고난은 우리를 무너뜨리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 더 가까이 나아가게 하는 통로입니다. 하나님은 고난 속에서도 우리를 붙드시고, 결국에는 우리를 영화롭게 하십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겠습니까?
우리는 언제나 하나님 앞에서 살아가는 ‘코람데오’의 삶을 살아야 합니다. 사람 앞이 아니라 하나님 앞에서, 순간이 아니라 영원을 바라보며 살아야 합니다. 또한 우리의 삶이 후대에 어떻게 기억될지를 생각하며 살아야 합니다.
우리의 말 한마디, 작은 친절 하나, 누군가를 향한 배려와 사랑은 단순한 행동이 아니라, 미래에 남겨질 ‘역사’입니다. 우리는 지금 역사를 만들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가정에서, 교회에서, 일터에서 우리는 선택하며 살아갑니다. 그 선택들이 쌓여 우리의 인생이 되고, 그 인생이 누군가에게는 교훈이 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합니다. 하나님이 우리를 어떻게 인도하셨는지, 어떤 은혜를 베푸셨는지, 어떤 자리에서 건져내셨는지를 기억해야 합니다.
역사는 과거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하나님께서 오늘 우리에게 주시는 살아 있는 말씀입니다. 기억하는 사람만이 배우고, 배우는 사람만이 변화됩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하나님의 역사를 기억하십시오.
그 기억 속에서 배우십시오.
그리고 그 배움으로 오늘을 살아가십시오.
그럴 때 우리의 삶은 또 다른 믿음의 역사가 되어, 다음 세대를 살리는 통로가 될 것입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