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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신학은 학문(wissenschaft)인가? - 이상규 교수

크리스천경남 기자 입력 2026.01.15 14:07 수정 2026.01.15 14:07

신학은 학문(wissenschaft)인가?
이상규 교수

이상규 교수
이상규 교수
신학은 학문(wissenschaft)인가?
이상규 교수
백석대 석좌교수
고신대 명예교수

신학교육은 교회의 삶과 생활에 막대한 영향을 준다. 신학교를 뜻하는 세미나리(Seminary)라는 말은 ‘묘판’(seed plot)을 의미하는 라틴어 세미나리움(seminarium)에서 유래했는데, 그 어의처럼 교회 생활 전반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다. 초대교회 시대 세례후보자 교리교육(catechmenate)은 일종의 신학교육의 시원이라고 할 수 있으나 중세기 수도원과 대성당 학교가 신학교육의 실제적인 시발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다가 12세기 이후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의 영향으로 스콜라주의(scholasticism)적인 학문 체계가 이루어졌고, 토마스 아퀴나스는 자신의 ‘신학대전’(Summa Theologica)에서 신학을 ‘학문의 여왕’(Regina Scientiarum)이라고 불렀다. 종교개혁을 거치면서 성직자 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되었는데, 멜 랑히톤은 신학교육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그런데 로마 가톨릭은 종교개혁에 반대하여 교구별로 사제 양성을 위한 신학교육기관, 곧 세미나리를 설립하게 했다. 즉 성직자 양성을 위한 신학교육을 가정이나 개인이나 개교회가 아니라 제도적인 교회 기관으로 공식화했다고 할 수 있다. 19세기 이후에는 독일의 근대대학의 성립과 더불어 신학은 법학 의학과 더불어 각광받는 학문으로 인식되었는데, 1386년 설립된 하이델베르그대학은 설립 때부터 신학, 법학, 의학, 철학의 4개 학부로 출발하여 독일에서 가장 오래된 신학교육기관이 된다. 그런가 하면 1784년 설립된 뉴브린스윅신학교(New Brunswick Theological Seminary)는 북미 최초의 신학교로 알려져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장로교의 프린스톤 신학교는 1812년에 설립되었는데, 18세기에서 19세기 중반 제2차 각성운동의 영향으로 목회자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많은 신학교들이 설립된다. 한국에서는 1907년 평양에 첫 장로교신학교인 조선야소교장로회 신학교가 설립었고, 1938년 폐교될 때까지 727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그런데 개신교의 신학교육이 성경을 가르쳐 교회를 위한 영적 지도자를 양성한다는 고상한 목적으로 출발했으나 점차 사변화 되고 철학화 되었고, 결국 생명력을 상실하기 시작했다. ‘교회를 위한 학문’으로서의 신학교육이 아니라 학문 그 자체(wissenschaft)를 절대시하고 학문적 수월성을 최고의 가치로 받아드린 결과였다. 일반적으로 1840년대 전후 유럽의 신학교에서부터 학문적 수월성을 강조하는 경향이 나타난 것으로 보는데 이런 사조가 신학의 사변화를 초래한 것이다. 대학교육이나 신학교육에 있어서 학문적 수월성은 경시할 수 없는 소중한 가치이지만 문제는 다른 어떤 가치보다 절대시한 경향이라고 할 수 있다. 학문적 수월성을 강조한 결과 그것이 계시의 위치를 점하게 되었고, 학문적 지식이 절대적 권위를 가지고 계시의 말씀 자체를 재단(裁斷)하기 시작하자 기독교 신학은 생명력을 상실하기 시작했다. 이런 경향에 따라 교회도 학문적 지식을 가진 이들을 존대하고 존경하기 시작하자 복음의 본질은 훼손되고 생명력을 상실하기 시작했다. 신학이라는 학문의 맹목적인 절대화는 계시의 말씀, 영적 생명에 대한 관심을 배제했다. 그러다 보니 신학교육 혹은 신학훈련은 성경을 믿고 고백하고 순복하는 것이 아니라 성경을 판단하고 재단하기 시작했다. ‘신학은 학문적이어야 한다’는 전재에서 언어학, 역사 비평학, 고등비평 등이 도입되었고, 성경은 생명있는 하나님의 말씀이 아니라 하나의 고대문서로 전락했다. 심지어 성경 본문의 신빙성에 대해 판단하고, 성경 본문에 대해 이성적으로 판단하여 수용할 것인가 거부할 것인가를 결정했다. 이렇게 되자 신학은 하나의 학문으로 정의되고 생명력을 상실하게 된 것이다. 이런 경향이 결국 강단을 메마르게 했고, 교회는 생명력을 상실하게 되었다. 한국교회는 1930년대 이후 이런 경향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서구신학의 수용이 본격화된 1980년대 이후 한국교회를 위협했다. 그래서 1960년대 이후 성장하던 한국교회는 1990년대부터 정체되고 생명력을 상실하기 시작했다. 물론 다른 영향도 없지 않지만, 교회 출석률은 급격하게 감소되었고, 서구교회를 답습하여 교인 인구의 고령화가 현저해졌다. 무엇보다도 교회와 성도는 영적으로 무기력하게 되었다.
바로 이런 현실에서 2003년부터 공식적으로 ‘신학은 학문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면서 신학교육의 갱신을 주장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국교회 쇄신을 제창한 이가 백석대학교 설립자인 장종현 박사이다. 이런 그의 인식은 오랜 신학교육 경험에서 얻는 결과였다. 그래서 그는 ‘신학은 학문이 아닙니다’(2021)와 ‘신학은 왜 학문이 아닙니까’(2025)라는 책에서 신학은 학문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 생명의 복음이라고 주장한다. 그가 신학은 학문이 아니라는 주장은 신학의 사변화와 철학화에 대한 비판인 동시에 신학은 생명을 살리는 복음이라는 주장이다. 그래서 그는 신학교육에서 경건 훈련 혹은 영성 훈련을 중시한다. 이런 신학을 그는 ‘개혁주의생명신학’이라고 부른다. 신학과 신학교육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향후 한국교회에 변화를 줄 것으로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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