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이 ‘입추’였다. 가을을 알리는 에드블룬이다. 더위를 이겨낸 자만이 맛 볼 수 있는 인생의 승리감이다. 승리는 방향감각의 결정품이다. 노력도 중요하지만 방향감각이 바르지 못하면 헛된 낭비의 삶을 살 뿐이다. 우주를 창조하신 그 분의 섭리 앞에 절로 고개가 숙어지는 시간이다.
계절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자신의 순서를 지키며 우리 곁을 다녀간다. 봄의 연두는 어느새 여름의 짙은 녹음으로 이어지고, 가을의 황금빛이 저물면 겨울의 하얀 침묵이 찾아온다. 우리가 계절을 따라 살아가듯 인생 또한 그렇게 흐른다. 어느덧 청춘은 지나고 인생의 가을과 겨울을 맞이하는 사람들이 거울 앞에 선다.
계절이 돌고 도는 이치 속에서 우리는 묻는다. “지금 나는 인생의 어느 계절에 서 있는가?” 방향감각을 상실한 모습은 아닌가? 땀의 가치와 결과를 헤아리며 소망을 향해 전진하고는 있는가? 책무라는 삶의 무게를 기꺼이 담당하는 오늘의 삶인가? 자연의 시계는 삶의 모습을 그린다.
봄이 끝나면 여름이 오듯, 때로는 환희의 계절이 지나고 아픔의 계절이 다가올 때가 있다. 그러나 모든 계절에는 하나님의 뜻과 손길이 담겨 있다. 전도서 3장 1절은 말한다. “범사에 기한이 있고 천하 만사가 다 때가 있나니.” 하나님의 손길을 잃는 삶은 그 자체가 비극이다.
삶의 고비마다 우리는 절망하거나 성급해지기 쉽지만, 하나님은 계절의 순환처럼 모든 순간에 합당한 계획을 가지신다. 겨울이 있어야 봄의 기쁨을 알고, 가을의 수확이 있으려면 여름의 땀방울이 필요하다. 마찬가지로 우리 인생의 눈물도 하나님의 섭리 안에서 아름답게 결실을 맺는다.
많은 사람들이 나이 듦을 '소멸'로 여긴다. 그러나 성경은 '성숙'이라고 말한다. 시편 92편 14절은 약속한다. “그는 늙어도 여전히 결실하며 진액이 풍족하고 빛이 청청하리로다.” 자연은 겨울에 모든 것을 잃는 듯 하지만 땅속에선 새 생명이 자라고 있다. 마찬가지로 인생의 늦은 계절도 하나님 안에서 여전히 의미 있고 풍요로운 것이다.
젊음은 에너지를 주지만, 세월은 지혜와 사랑의 깊이를 더해 준다. 어떤 이는 봄처럼 피어나고, 어떤 이는 가을처럼 익어간다. 하나님의 손안에서 모든 인생은 아름다운 곡선과 직선을 그린다. 사라지는 것이 아닌 익어가는 시간을 가져야만 인생은 풍요로운 열매를 맺게 된다. 그 열매가 바로 하늘의 상급이 된다.
계절의 변화는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을 의미한다. 우리가 걷는 삶의 궤적도 결국 영원의 계절을 향해 나아간다. 사도 바울은 말한다. “내가 선한 싸움을 싸우고 달려갈 길을 마치고 믿음을 지켰으니, 이제 후로는 나를 위하여 의의 면류관이 예비되었으니 (딤후 4:7-8)”. 계절이 전하는 위로와 부르심이다.
지금 당신은 어느 계절에 서 있는가? 어떤 계절이든 그 안에서 하나님의 손길을 볼 수 있다면 당신의 삶은 이미 은혜로 채워진 궤적이다. 하나님은 우리 삶의 사계를 모두 기억하시고 마지막에는 영원한 봄날로 이끄신다. 사라지는 것이 아닌 익어가는 시간을 가진다면 당신은 이미 성공자다.